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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훈/주지훈·drama

드라마 궁의 문학적 이해 2-

노을과 첼로 님의 글을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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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나요?
아 맞다..신데렐라 이야기까지 했군요.

자, 다시 시작합니다.

1.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 시리즈>로 전면에 나선 신과 율

잠깐 앞부분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잃어버린 구두를 찾음으로써 완벽한 신데렐라의 로망을 실현한 채경을 보던 중
그 구두를 신겨준 멋진 왕자에게 시선이 꽂혀버린 우리는
이제 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심청과 미운 아기 오리에는 저렇게 멋진 왕자의 존재가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왕자의 심성과 내면을 들여다 보기 위한 작품이 다시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왕자 시리즈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순서입니다.

먼저 3회쯤에 소품으로 나온 해리 포터 시리즈 중 혼혈왕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혼혈..half blood라는 말이 가지는 불완전한 뉘앙스는
신과 율 모두에게 적용되는 듯 합니다.

신은 원래는 황태자 1위의 서열이 아니었으나
율이 내쳐짐에 따라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황태자가 되었으므로
흠없는 순도 100% 혈통의 황태자는 아닌 셈입니다.
억지를 써서 이름붙여보자면.. 몸의 혼혈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율도 처음은 적법한 황태자 1위의 자리였으나
아버지 이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모든 걸 잃어버린 불행한 왕자가 되어버리지요.
더구나 어머니 화영은 마음은 서열 2위의 왕자 이현에게 가 있는 채로
야망때문에 몸만 이수 황태자와 혼인함으로써 결혼은 두 동강으로 나뉜 셈이 됩니다.
마음의 혼혈..이라는 말이 적당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아이러니가 드라마의 전개에 따라 강화되면서
신과 율에 대한 일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 사이에 끼인 채경은 오브제(대상으로서의 물체)로 묘사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일종의 시점혼란이 생기게 되는데요
그래서 중반부에는 채경의 내면보다는 신과 율의 내면이 많이 드러나게 됩니다.

신채 알콩달콩 모드가 처음으로 실현된 7회를 왜 친정집 방문이라고 하지 않고
처갓집 방문이라고 하는지 이제 아시겠죠? ^^



단란하고 소박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신의 입장에서 모든 걸 보았기 때문이지요.
신의 입장에서 그 장면을 회상하면서 한쪽 가슴이 아리는 이유도
엄마..라고 유선마마를 불렀을때의 차가운 내침을 보고 눈물흘렸던 것도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채경에게 넘칠듯한 고마움을 느꼈던 것도 바로 그 때문..

율의 그 유명한 거울씬을 보면 더욱 확실해집니다.
거울 앞에서 나직히 읖조리는 율의 가슴저미는 아픔과 회의를 우리 모두가 전율을 느끼며 공감했기에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이 씬이 김정훈의 아이디어였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놀랐던지요.
그의 율에 대한 몰입도를 확인한 감격에서 말입니다.

2. <왕자 햄릿>으로 갈등의 깊이를 더한 신과 율

선대의 더러운 악연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주는 작품으로는 단연 햄릿이 으뜸입니다.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는 그 자체로 이미 견딜 수 없는 치욕으로 햄릿을 괴롭히게 되는데요
더구나 숙부는 아버지를 죽이기까지한 인간, 모든 악이 뭉쳐진 대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황제 이현도 자기가 형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어쨋든 햄릿에게 있어 어머니는 애증 가득한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존재인 것이지요.
표면적으로 햄릿은 율에게 더 가깝습니다. 화영이 이수와 결혼했지만 사실은 숙부를 사랑했으므로..
아직은 율이 알지 못하지만, 사실을 안 후 율은 어떻게 변할까요?
혹 햄릿처럼 미치광이 흉내를 내며 자신을 감춘다면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오, 수치심이여, 너의 그 부끄러운 얼굴은 어디로 갔느냐!"



신이 율과 같이 있는 채경을 향해 일갈한 햄릿의 저 말이야말로
드라마가 종반으로 향하는 지금의 상황까지도 관통하는 빼어난 대사가 됩니다.
명선당을 수리하려는 신의 입장을 더 이상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말이 어디 있겠습니까..

" 더러워서입니다."



그 눈에 가득히 경멸과 냉소를 담고 저 말을 화영에게 말하는 신을 보았습니다.
차가운 비수 하나가 화영에게 서늘하게 꽂히더군요.
그 더러운 인연을 절대로 채경에게 그대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는
공포에 가까운 신의 눈물겨운 의지도 보았습니다.
제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 녀석의 아픔이었지요..

신에게 저 말을 듣는 대상이 채경과 화영이라는 사실을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둘 다 서열 2위의 왕자인 이현과 율과 위험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격이 되지만
화영은 그를 사랑했으되 그를 가족으로 하기를 버렸다는 점에서
채경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되 그를 가족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정확히 서울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만큼 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과 율의 시점으로 갈등을 드러내는 중반, 후반부동안
채경이 느꼈을 혼란 역시 신과 율에 대한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그려지고
채경 자신의 외로움이나 소외감 등의 내면 그리기에는 소홀했기 때문에
우린 여전히 밝고 씩씩한 이미지로 궁에 적응해가는 채경만 기억하게 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신의 말만 듣고 대단한 걸이라고 단정해버리고
그 아이가 아직 열아홉이며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
인터뷰에서 신이 하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충격으로 멍해집니다.
누구의 실수이겠습니까? 작가? 연출? 아님 우리?............

"평범한 여고생이 아무도 모르는 (적막한) 궁에 들어와 생활하는 동안 느꼈을
외로움과 그리움의 고통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사랑합니다. 몹시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로 고백하는 신이보다
저 말을 하는 신이에게서 더..
몹시도 깊은 그의 가슴아픈 사랑에 제 가슴이 서늘해지며
그 사랑의 진정성에 진심으로 눈물나더군요.

3.<어린 왕자>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새기는 신과 율

어린 왕자의 주요 키워드는 많지만 특별히 드라마에서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보면
장미, 여우,길들여지다, 그리고 바오밥나무 정도인 것 같은데요

혼자만의 별에서 단조로운 생활을 반복하는 어린 왕자의 별에
홀연히 날아온 작은 꽃씨 하나 ..
그 꽃씨가 예쁜 장미꽃으로 피면서 왕자는 그 꽃을 좋아하게 되지만
변덕쟁이 꽃을 돌보는 불편함이 싫어서 그 별에서 잠시 도망쳐 버립니다.
지구로 도망친 왕자는 자기가 좋아한 장미가 지구에는 흔하디흔한 꽃이라는 사실에 슬퍼하지만
여우가 일러준 길들여진다는 말을 이해하고
자기가 길들여진(사랑하는) 혼자만의 장미가 있는 별로 되돌아간다는 이야기..

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작품이죠.
이것을 통해 생각해볼 수있는 사실은
신과 율은 결국 비슷한 상처와 내면의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생각나는 신율 라인..ㅋㅋ)

그래서 장미의 의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본다면
그 어린 왕자는 신이 될 수도 있고 율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 드라마에서는
태국에서 체스판의 여왕과 도망친 신이 한번뿐인 "게임"을 하는 동안
채경은 율을 만나 국내에서 보기 힘든 바오밥나무를 보러 가는 장면을 넣어줌으로써
왕자의 존재자체를 위협하는 바오밥나무로서의 율의 의미를 강하게 부각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의미로서 바오밥나무의 율을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하는 요즘은 스스로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바오밥나무의 어린 가지가 장미 가지와 흡사하다는 사실로 미루어보면
율이 사랑이라고 생각한 장미 가지가 사실은스스로의 별의 존재를 위협해
왕자도 장미도 모두 삼켜버리는 바오밥의 어린 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라는 거죠.
모..제 생각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여기에서는 신과 율이 일인칭 관찰자의 시점으로 채경을 쳐다보는 단계로 약간 변하는데
그 관찰이라는 것이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채경의 모습은 자주 굴절됩니다.
즉, 신은 율과 채경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채경의 본 모습을 굴절시키고
율은 신과 채경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채경의 본 모습을 왜곡시킨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떨때는 신의 잣대로 채경을 바라보고
어떨때는 율의 잣대로 채경을 시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채경은 오직 하나인데 잣대가 다르니 우리들은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서히 채경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사실 그 혼란들은 신과 율이 각각 채경에게 느끼는 혼란과 흡사합니다.
우린 제대로 일인칭 관찰자의 역할을 하는 셈인거죠.



신과 율이 궁의 긴 회랑에서 만나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궁에서의 비극의 시작이 <태자가 아닌 왕자는 궐 밖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 말하는 신은
비극의 결과로서의 율과 결코 이루어어지지 않을 채경을 의식했고
새로운 비극의 시작이 <정략결혼>이라 말하는 율은
비극의 희생물로서의 신과 채경을 겨냥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신과 율의 비교하기는 계속 됩니다.

더구나 주변인들도 끊임없이 두 왕자를 비교하는 분위기입니다.
황제, 황후를 비롯하여 화영, 하물며 나인들까지 말이지요.
황제의 자질에서
현재와 과거의 정통성에서
표현하는 것과 담아두는 것에서
둘은 끊임없이 비교당합니다.
거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채경과 황태후, 공내관 정도일 뿐이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죠.

네? 채경이 흔들리지 않았냐구요? 신에게? 율에게?
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는 생각인데요
자기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율이 다정한 위로와 자유를 향한 꿈을 부르짖으며 끊임없이 채경을 흔들었지만
신이 마음과 다른 냉정함으로 끊임없이 상처입히며 채경을 눈물짓게 했지만
채경은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왜 이혼을 이야기 했냐는 이야기가 나오겠지요.
네, 그렇게 채경은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가 무너진 것은 신때문도 아니고 율 때문도 아니며
바로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채경이 스스로를 믿었다면
사랑에 대해서건, 가족에 대해서건, 꿈에 대해서건
믿음이 있었다면
신의 차가움 따위, 율의 회유 따위는 간단히 무시했을 것을..

열아홉은 그런 나이입니다.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
입구만 있고 출구는 보이지 않는 문 앞의 나이..

그래서 저는 만에 하나 ..아, 혹여라도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결과가 온다 하더라도
인정할 생각입니다.
제 가슴이 미친듯이 아파와 숨도 못 쉴 터이지만
저는 그렇게 채경을 인정하고 싶습니다.

4. <왕자와 거지>로 다시 되돌아 온 채경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다가
14회에서부터 주인공과 관찰자의 시점들이 혼재되면서
18,19회를 기점으로 갑자기 다시 채경의 일인칭 시점으로 구도가 확 바뀝니다.
우린 갑자기 너무나 잘 이해되는 채경에게 어리둥절하게 되지요.
신과 율의 입장에서 채경을 관찰해 온 것에 익숙한 우리는
갑작스런 채경의 변화에 당황하게 됩니다.
사실은 전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었는데
드라마의 시점이 우리를 하나의 시선으로 묶어놓았다고 할까요..

이젠 한 회에서도 일관된 시점으로 구도를 잡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혼재된 시점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당분간은 제 생각을 유보할 계획입니다.
본방이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채경은 말하지요.
넌 왕자이지만
난 거지라고..
거지는 잠시 왕자가 될 수는 있지만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온다고..

이 원래의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드라마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는 중요한 대사인데요
표면적으로 거지의 원래 자리는 채경의 집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채경이 정말 신과 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데요
이 소설이 의미하는 것을 찾아보면 역시 <궁.이라는 드라마의 지향점과 닿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이 서로 옷을 바꿔입음으로써 각자의 위치에 서 보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며 서로의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
즉 소통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왕이 되는 진짜 왕자는 거지를 이렇게 호칭하게 됩니다

"왕의 보호를 받는 자"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서로의 세계를 소통한 왕자와 거지..
서로 길들여진다는 의미..사랑과 배려
떡볶이를 좋아하는 채경과 먹지않는 신의 차이를 인정하는 진정한 소통..

전 그렇게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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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벌써 날이 밝았네요.
컴을 켜 둔 채로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썼는데
언제 잠든 건지도 모르게 잠들었었나 봐요. ㅎㅎㅎ

오전 중으로 3 편 올립니다.(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