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씬에서 김수현이 인터뷰에서 밝힌 사실은 -
숱한 키스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얼음낚시터에서 시간을 정지시킨 채 나눈 키스다.
“에필로그로 담긴 장면인데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달려가 손을 잡고 키스했다.
그날 눈도 많이 오고 얼음도 꽝꽝 얼어 있었는데, 그 키스로 따뜻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딱히 대본에 행동 지문이 나와있지 않아 키스 할 때 어깨를 잡을까,
목을 감쌀까 고민하다가 장갑을 벗고 손을 잡았는데,
나중에 종방연에서 만난 작가님이 그 장면이 정말 좋았다고 해서 흐뭇했다.”
또
- 베스트 장면을 꼽는다면.
“얼음 호수에서 시간을 멈춘 상태로 한 키스신. 눈이 많이 오고
얼음이 꽝꽝 언 차가운 분위기에 따뜻한 느낌이 잘 섞였다.”
만약 도민준이 천송이의 손이 아니라 얼굴을 감싸 쥐었다면 어떻게 느낌이 달랐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만약 영화제 키스씬이나 섬에서의 키스씬처럼 천송이의 등을 잡고 자신 쪽으로 당겼다면
또 어떻게 느낌이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등을 잡아 당겼다면 도민준의 감정을 전달한다기보다 둘이 합치되고 싶은
욕망이 더 돋보였을 것 같다. 갖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목 뒤를 잡았다면 아가페 쪽보다 에로스에 더 가까왔을 것 같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면? 마음을 준다는 것보다 천송이라는 존재 자체에
끌리는 도민준의 마음이 나타났을 것 같다.
장갑을 벗고 맨 손으로 천송이의 손을 그러 잡는 도민준의 모습에서 전달되는 것은 -
자신의 차가운 말에 상처받고 돌아서는 천송이가 안쓰러웠던 도민준이
느껴졌다.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었던 도민준의 마음.
키스는 분명 남녀 간의 애정의 행위이지만, 손을 잡아 주는
이전 동작으로 해서 그 키스마저도 - 에로스적이고 소유를
갈망하는 살짝 강한 어택의 느낌이 아니라 -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휴머니즘적인 이미지가 되어 버렸다.
남자 대 여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그런 -
아마 김수현이 말한, 차가운 데 따뜻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한 건
이것 때문일 것이다.
아... 그리고 , 내가 이 씬에서 정말로 좋았던 건 -
천송이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던 대사,
근데 나는 왜 니가 거짓말... 하는 것 같지?
라고 하던 부분.
그 장면을 보는 나도 가슴이 아픈데 그 앞에 서서
정말로 거짓말하는 도민준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겠나?
그런데, 이 때의 도민준의 표정을 보라.
입술을 꽉 다물지 않고 있다.
입술을 꽉 다물고 있다면 '단호함'이 느껴졌을 텐데
평소 차갑던 도민준의 표정은 어디 가고 입을 매몰차게 다물고 있지 못한다.
입술은 살짝 벌려져 있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천송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상처받은 대사를 하던 그 때부터
도민준은 이미 흔들리고 있던 거다. 안쓰러워서. 미안해서...
그래서 돌아서자 마자 시간을 정지시키고 달려가 -
손을 잡아 주고 - 가련한 그녀에게 입맞춤 -
아... 정말 이런 명장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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