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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현(SooHyun)/★ 김수현″°³о♡

[김수현] 이토록 완벽한 이방인 - 아이즈 칼럼

 


그는 이방인이다. 산골 마을로 이사 온 전학생, 강원도에서 서울의 명문 예고로 상경한 촌놈, 북한에서 남파된 특급 공작원, 그리고 이젠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 배우 김수현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낯선 이방인의 프로필이 자주 보이는 건 우연일지 모른다. 다만 KBS <정글피쉬> 출연 이후 지인의 인터넷 쇼핑몰 피팅 모델로 활동하던 그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어린 시절의 차강진으로 우리의 눈에 깊게 각인되던 순간은, 그래서 차강진이 한지완(남지현)에게 그러했듯 시청자들에게도 갑작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시작된 스타로서의 경력이 얼마나 꾸준하고 화려했는지 말하는 건 새삼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흥미로운 건,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흥행을 기록하고 스타덤을 확장해서만은 아니다. 이후 그가 새로운 작품에 출연한 순간순간은, 산골로 온 천재 전학생 차강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언제나 첫 만남 같은 인상을 남겼다.


물론 모든 배우가 새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럼에도 김수현이 맡은 캐릭터들이 유독 새롭게 느껴진다면, 작품 속 다른 인물들의 일상에 균열을 내고 들어오는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KBS <드림하이>에서 엘리트 타입의 천재인 고혜미(수지)나 미국에서 온 자유분방한 천재 제이슨(우영) 등의 프로필은 기린 예고라는 명문 안에서는 오히려 당연하다. 이 세계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등장해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특채로 입학한 강원도 촌놈 송삼동이다. 촌 소년인 그가 세계적 스타 K가 되는 판타지가 강렬하다면, 그것이 밑바닥에서 최상층까지 올라온 수직적인 서사라서가 아니라 한 세계 바깥에서 등장한 외부인이 자신의 방식으로 그 세계 안에서 성공하는 일회적인 서사이기 때문이다.



                      왕자님을 반복 재생산하는 한국 트렌디 드라마에서 김수현은 유독 외로운 늑대를 선택한다.

김수현이 선택한 인물들은 그래서 크립톤 행성에서 온 슈퍼맨을 닮았다. 기존 트렌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문제를 재력으로 해결해주는 수많은 재벌 2세들도 일종의 초인이지만 그들은 세상이 인정하는 스펙을 극한으로 쌓아 만들어진 능력자다. 그에 반해 어느 날 전학 온 전국 7등의 수재 차강진이나, 북한에서 살인병기로 길러져 남파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류환 등은 근본도 알 수 없이 어느 날 이 세상에 뚝 떨어져 모든 것을 척척 해결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뛰어나되 근본적으로 외롭고 세상과 쉽게 섞이기 어렵다. 끊임없이 왕자님을 반복 재생산하는 한국 트렌디 드라마에서 김수현은 이처럼 유독 외로운 늑대를 선택한다. 반대로 그 자체로 왕자님이었던 MBC <해를 품은 달>의 젊은 왕 이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오히려 무력하게 냉소하며 다른 이들과 섞이지 않는 건 이들 캐릭터와 흥미로운 대구를 이룬다.


배우로서 김수현이 가진 독특한 재능이 힘을 발휘하는 건 이 지점이다. 김수현은 무표정을 가장 잘 연기하는 배우다. 무표정 안에 감정을 담아낼 줄 아는 배우라고 해도 좋겠다. 살짝 허스키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좀체 흔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그는 세상 어디에도 속하거나 구속되지 않는 도도하고도 평온한 정체성을 연기한다. 대신 그 무표정 안에 작은 감정의 진폭을 무심한 듯 살짝 드러낸다. 광고에서 여자친구의 화를 풀어줄 때도 애교를 부리는 대신 짐짓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푸딩하자”고 스윽 화해를 청하고, 관심 가는 여자에게 무심히 “이상하게 자꾸 네가 눈에 들어오네”라고 한마디를 던지며(<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상대에 대한 강한 반감을 토해내기보단 “내 마음까지는 바라지 마시오”라 싸늘히 드러낸다(<해를 품은 달>). 때문에 그의 존재감은 기묘한 이질감을 동반한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그가 다른 캐릭터와 만날 때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조우하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김수현의 천연덕스러운 무표정으로 감춰진 도민준의 감정이 마침내 드러난 순간은 그 자체로 파괴력을 갖는다.


그래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김수현이 연기했던 능력 있는 이방인의 최종판과도 같다. 지구에 불시착해 400년을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은 불로불사에 초능력과 재력, 지성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멜로드라마 주인공의 ‘끝판왕’이지만 동시에 이 세상과 섞일 수 없고 항상 떠날 날을 준비하는 철저한 이방인이기도 하다.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을 김수현은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무표정과 감정의 폭이 절제된 목소리로 구체화한다. 자신의 존재를 아는 장 변호사(김창완)와 대화할 때마다, 드라마에서 종종 인터뷰하듯 외계인으로서의 애로사항을 말하는 장면마다, 그는 굳이 자신이 외계인인 걸 시청자에게 설득하려 애쓰기보단 스스로 모든 게 사실이고 자신은 외계인인 게 당연한 거라는 듯 행동한다. 히어로물의 장르적인 클리셰 없이도 외계인 도민준이 멜로물에 덜컥 등장할 수 있는 건 김수현의 뻔뻔함이 만든 이계의 존재감 덕분이다.

하지만 이번 도민준이 김수현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흥미로운 순간을 만든다면 자신이 잘하던 것을 가장 잘 보여줬기 때문은 아니다. 400년 동안 확실히 배운 것이라고는 인간에게 마음을 터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던 이 외계인은, 하지만 자신의 일상에 침범한 천송이(전지현)와 엮이면서 조금씩 자신이 쌓은 벽을 허물어간다. 그것이 설령 상처를 동반하는 것이라 해도. “당신이 개입하면서 내 생활이 엉망이 됐”다고 무표정하게 말하던 그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며 “좋은데, 좋단 말입니다. 그냥 같이 있고 싶습니다”라고 감정을 드러낼 때의 드라마틱한 에너지는 폭발적이다. 지금 김수현의 연기는, 그래서 대중과 다른 차원에서 스타성을 유지하면서 연기자로서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느냐에 대한 흥미로운 대답이다. 고고한 이방인은 동경의 대상은 될지언정 마음을 주긴 어렵다. 하지만 동경의 대상이 연민의 대상이 되는 거대한 낙폭을 통해 도민준은 천송이의 마음을, 그리고 김수현은 시청자의 마음을 얻었다. 이것은 초능력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별에서 온 완벽한 남자는 그렇게 인간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아주 성공적으로. 



글.<아이즈> 위근우 기자 (civil@ize.co.kr)



원 기사의 위치는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6&oid=420&aid=0000000775 이다.


이건 참 흥미로운 칼럼이다. 왜냐하면 아주 새로운 시각에서 김수현의 연기를 들여다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점이라는 건 말 그대로 아주 후레쉬한 것. 그리고 억지스럽지도 않고 설득될 만한 보편타당성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칼럼은 아주 괜찮게 쓰여진 칼럼이다.


일단 첫 파트에서 얘기하는 건 - 그간 김수현이 맡았던 배역들의 공통점이다.


그것은 바로 다수의 그들과는 유리된 '이방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이방인이라는 점이 여타 캐주얼하게 흔한 청춘스타들의 배역들과

차별성을 가진다고 했다. 그가 맡은 역할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면

기존 세상에 균열을 가지고 들어 와 그 사회 안에서 성공하는 서사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파트에서 - 그가 무표정과 적은 진폭의 연기 안에서도 많은 것을 담아 낼 줄 아는 배우라는 것.

이것은 또한 살짝만 감정을 크게 나타내기만 해도 그 진폭이 커서 큰 파장을 갖고 오고 있다는 것.


세번째 파트는 - 조금 두리뭉실하긴 한데 - 정확하게 어떤 한 포인트를 향한 글이 아니라서 -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스타성을 가지면서 연기자로서 대중들에게 다가 가는 방법이

이 '별에서 온 그대'에서 극대화되어져 있다... 뭐, 그런 얘기 -


난, 김수현이 맡은 역할들이 모두 '이방인'이었다는 공통점을 찾은 게 대단해 보인다.


그렇지... etrang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