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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말걸기 ◀◀/● 아딸라의 칼럼

[칼럼] 주부팬덤 - 왜 스타에 열광할까?

 오늘 자 기사에 팬덤에 관한 얘기들이 몇 개 보이네요 - 정확히 말하자면 주부팬덤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우선 먼저 한 개

 

http://media.daum.net/breakingnews/view.html?cateid=100000&newsid=20100716091510060&p=livingsense

 

 

4. 팬덤 형성 - 아줌마가 아이돌 연예인을 좋아하면 주책이었다. 일본 아줌마들이 무리지어 우리나라로 건너와 배용준의 손을 잡고 우는 모습은 실소를 넘어 난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주부들도 팬덤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용필 오빠가 아니라 이민호 '군', 2PM '동생, 조카 '를 좋아하고, 또 그 사실을 당당히 드러내며 팬 사인회나 공연장, 팬 미팅에 나타나는 주부가 많아졌다.

 

우울증으로 고민하던 주부는 꽃남 이민호를 좋아하다 우울증을 극복하고 다이어트까지 성공해 새 삶을 살고 있다며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준기 팬들의 경우 홍콩 전역을 누비는 버스도 만들어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고 한다.

 

소녀 팬처럼 단순히 환호만 지르는 수준이 아니라 막강한 경제력과 이동성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의 일을 후원하고 주부 자신들의 정서적 만족까지 꾀하며 그들만의 팬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주부들의 우울증은 주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죠.

 

전업 주부들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분들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활달하고 밝아 보이지만 실상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이 많아요. 감정의 표현이 극적인 분들 중에 우울증이 많은 이유는 조금만 가라 앉은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주변에서 '무슨 일 있냐?' 고 걱정스레 물어오는 일이 많습니다. 걱정을 시키지 않으려고 오히려 더 밝은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아서 그렇다더군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오바스럽게 활달한 모습을 보이게 되고 점점 자신의 실제 심리 상태와는 괴리된 모습으로 표현하게 되는 거죠.

 

전업 주부들의 경우 결혼 이후 특히 아이를 낳고 부터 우울증이 시작되는 일이 많습니다. 아이때문에 바깥 외출이 쉽지가 않고 집 안에서만 지내게 됩니다. 어쩌다 나가더라도 아이때문에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엄마로서의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것들을 받아 들이고 즐기고 할 여유가 없습니다. 집 안에만 있게 되면서 세상과의 대화가 단절됩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울 때는 사흘 내내 대화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었던 적도 많습니다. 남편은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올 때가 많고, 오더라도 밥먹었냐, 오늘은 어떻게 지냈냐는 등등 일상적인 몇 마디 얘기만 주고 받게 됩니다. 엄마가 하루 종일 가사일과 육아로 힘든 상태이기 때문에 즐겁게 대화를 나눌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아요. 힘든 표정과 지친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대화를 걸어 올 수는 없겠죠.  대화를 걸어 오는 남편도 그런 상태에 맞는 분위기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많은 대화를 걸어 줘야 영리해지고 풍부한 정서의 아이가 된다는 육아서의 글귀를 떠올리며 갓난 아기에게 말을 걸던 그 때가 생각나네요.

 

애를 낳고 몸조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와 아무 생각없이 기저귀를 갈아 주고 젖병을 물리고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저 육아서의 글귀가 생각나서 실천하기로 했었습니다.

 

- 축축하지? 엄마가 기저귀 갈아줄께~~~

라고 말하고는 애기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는데 깨달은 겁니다. 애기 낳은 이후로 처음 웃고 있다는 걸. 분명 애기 낳은 이후 한번 웃었던 적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모든 것들이 먼 옛날의 기억처럼 가물가물한 거에요. 입꼬리가 올라가고 뺨을 들어올리는 제 근육의 움직임이 낯설었습니다. 억지로 웃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ㅜㅠ 이유는 저도 모르겠더군요.

 

 

 

우리 애는 잠을 깊이 들지 않아서 잠깐동안의 슈퍼 외출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간단한 장을 보러 수퍼갈 때도 애기 옷을 다 입히고 신발까지 신기고 추운 겨울날엔 콧구멍에 바람 들어가지 않도록 꽁꽁 싸매고 들쳐 업고는 수퍼를 갔었어요.

 

설겆이 통에 설겆이 가득 쌓여서 허겁지겁 설겆이하고 - 애기 피부가 약해서 천 기저귀를 썼는데 빨래하고 널고 또 마르면 예쁘게 개키고...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남편이 돌아오면 조금 더 일찍 퇴근해서 날 좀 도와줬으면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고 그랬었어요.

 

밤이 되었다고 푹 잘 수 있었나 하면 그것도 아니었어요.  밤에도 자주 깨서 두 세시간마다 눈을 부비고 물끓여 우유 타 주고 - 그렇게 7개월이 될 때까지 낮이고 밤이고 눈만 뜨면 집 안을 종종 걸음치고 뛰어 다니며 지냈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나온 사진입니다 ;;; 

 

 

어느 날 애를 들쳐 업고는 설겆이를 하다가  불리지 않은 밥그릇의 바싹 마른 밥풀에 손이 베었어요. 설겆이 통 물 속으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다가 문득 며칠동안 누구하고도 얘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오른쪽사진은 검색에서 찾은건데 - 어느 분이신지 딱 당시의 저랑 똑같은 ;;; 모자이크하긴 했지만 사진 주인님 - 얘기하시면 사진은 내립니다.;;

 

 

 

애기 옷을 입히고 나도 외출준비를 한 뒤 애를 업고는 동네의 칼국수 집으로 갔습니다. 나도 남이 준비한, 차려진 식사를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에요. 등에 애기를 업고는 주문한 칼국수가 나오기까지 앉아 있는데 가게 아주머니께서 계속 말을 시키는 거에요. 그 아주머니 , 굉장히 수다장이였어요. ^ ^ 별 얘기도 아니고 그냥 전날 텔레비전 봤던 얘기랑 동네 아저씨 얘기랑 자기 남편 얘기들을 쉴 새 없이 떠드시는데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간만에 듣는 사람 목소리였습니다. 그 아주머니도 가게 들르는 손님들이 하루 중 마주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었겠죠. 애기업고 있는 저를 보고 제 처지를 알아서 위로해 주려고 수다를 떨어 주신건지, 아니면 그 아주머니 자신의 외로움을 푸는 방법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은 처지 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만의 생각이었는지도...

 

이후 애가 돌이 지날 무렵 하던 공부를 계속하려고 복학을 했는데 공부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무거운 전공서적들을 들고 다녀도 무겁지 않았고 공부가 즐거웠습니다. 이전에 내가 하던 일들이 얼마나 즐겁고 쉬운 일이었는지 깨달은 거죠. 직장다니시는 엄마들이 다들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애기 낳고 돌보는 것이 보람있고 좋긴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고. 그리고 나가서 돈 버는 일이 애키우는 일보다 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위의 기사에서 마지막 줄, '자신들의 정서적인 만족까지 꾀하며' 자신들만의 팬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부분. 그 부분 이외의 것은 '밖에서 들여다 본 주부팬덤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다음의 기사를 보세요. 조금은 깊은 시각의 이야기입니다.

 

 

MBC ‘개인의 취향’에서 전진호 역을 맡았던 이민호의 팬클럽 ‘디시인사이드 민호갤러리 소떼’ 회원 300여명도 아이티 돕기 후원금으로 1004만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드라마를 향한 팬덤 현상도 스타 위주의 동경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매개로 한 의미 있는 놀이문화로 진화중이라는 평가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팬들의 동경은 스타에만 매달려 있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적 취향,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의 문화적 연대감으로 확장된다”고 밝혔다.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00714000694

 

이것이 옳다, 옳지 않다를 가른다는 것도 우습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팬활동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긴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직접적인 선물을 해 주는 것도 좋긴 하지만 저렇게 기부 선물을 하는 것도 뜻깊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를 위해 직접적인 선물, 옷이나 악세사리등을 선물하는 것은 그 스타에게로만 가는 자신의 감정표현이지만, 기부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애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작은 행동이니까요.  그것은 다시 되돌아와서 자신이 전보다 나은 행동을 하고 자신이 긍정적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 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 오래가는 사랑은 '내가 저 사람을 만나기 전보다 발전하고 있다' 는 느낌을 주는 사랑이라고. 서로의 사랑 안에 함몰되어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가는 사랑은 파괴적인 사랑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위의 기사에서 '놀이문화 '라는 말이 눈에 띄는군요. 참 마음에 드는 말입니다. 문화에 놀이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 주부들은 조금 '즐기기' 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즐기기가 즐기기만으로 끝난다면 소모적이라는 자괴감으로 오래 가기 힘들겠죠. 이 즐거움이 오래 가려면 이것으로 인해서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것일 겁니다. 내가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요.

 

주부들이 스타에게 열광하고 팬덤을 구축하는 것은 그런 의미일 것입니다. 스타가 그들로서는 '세상으로 통하는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팬덤을 형성하면서 그 안에서 그들끼리 소통하는 것도 물론 그 하나일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에 열광하는 그 자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것에 호감을 느끼는지, 어떤 것에 감동하는지 알아가고 또 같이 느끼면서 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집니다. 그 스타의 인간적인 면모, 외면적인 매력들을 곰씹어 보면서 다시 인간과 세상에 대해 생각 하기 시작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인간에 대해 느끼고 관찰하고 사고한다는 것은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심리학적,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고 때론 미학적 지식을 필요로 할 때도 있고 넓게 볼 때는 정치, 경제와 연결될 때도 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 거기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돌아 본다는 것은 발전적인 즐거움입니다. 거기다가 공통 관심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더해진다면 굉장한 것이 되겠지요.

 

가수를 좋아하는 경우에는 가사를 생각하며 문학 쪽으로 이야기가 연결되어 지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가요, 음악쪽의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기도 합니다. OST에 삽입되기라도 하면 영상과 음악의 조화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배우를 좋아하는 경우에는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영화등을 보며 분석 하기도 하고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인생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또한 그 배우가 좋아하는 음악, 패션 등에 관해서도 관심사가 넓어지기도 합니다. 그 배우가 출연했으면 하는  다른 드라마, 영화로 영역이 넓어집니다. 원작 이 된 소설등과 비교하며 텍스트 문화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그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게 됩니다. 의견을 나누며 무언가 문화적으로 충족되며 스스로 식견이 넓어지고 있다는 만족감도 주죠.

 

그 스타가 먼 우주에 똑 떨어져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그 스타도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고 시대의 흐름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스타를 알아가게 되면 세상을 알아가게 됩니다. 또 역으로, 그 스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 들이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는 힘듭니다.

 

그래서 팬들에게 스타는 세상으로 통하는 창구가 되나 봅니다.

 

여기 사랑방 블로그에는 배우 이민호의 팬들이 많이 오십니다. 이민호에 관한 것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생활이야기등을 나누기도 하고 음악에 관한 이야기도 공유하십니다. 그리고, 다른 드라마 얘기도 나누고 있습니다.

 

생활사 관련된 담소들을 나눈며 자기가 사는 곳 너머의 다른 세상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이 넓어서 바다같지만 작은 이 방안에서 무언가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의 대화는 또다른 공감을 가져옵니다.

 

배우 이민호 이외의 다른 관심사들에도 귀를 기울이고 서로 대답하는 모습에서 문화적 갈증을 품어왔던 모습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 '나누고 싶었던' 건가 봅니다. 그리고,  스타는 그것들을 묶어주는 큰 매개체인 셈입니다.

 

기사들을 읽다 보니 이것은 이 곳, '사랑방'에서 이루어지는 팬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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