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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일간스포츠 ‘앤티크’ 주지훈 “내 안의 리미트를 또 깬 것 -

 

   ‘앤티크’ 주지훈 “내 안의 리미트를 또 깬 것 같아요”

 

  천호동 훈남 주지훈의 인터뷰.

 

 

 

 

 

JES 김범석.김민규]
'천호동 훈남' 주지훈(26)은 "두 편의 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연기자 지망생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 '궁' '마왕'에 이어 주지훈이 첫 영화로 선택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수필름·영화사집, 민규동 감독) 얘기다.

그는 일본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11월13일 개봉)에서 단 것은 싫지만 손님이 여자라는 이유로 케이크숍을 차린 엉뚱한 재벌 2세 진혁이다. 직원에겐 까칠한 수다쟁이지만 가족들 앞에선 반듯해지는 변신 로봇 같은 인물.

"캐릭터의 양면성에 끌렸다"는 주지훈은 "백마탄 왕자님(궁), 복수심에 불타는 살인자(마왕)라는 직선적인 캐릭터에 비해 이번 영화에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 유쾌했다"고 말했다. 그가 "내 머릿속의 화두"라며 강조한 양면성의 실체는?

"선악이 공존한 이중성 같은 것 말고요.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예컨대 지금 인터뷰를 즐겁게 하는데 오늘 아침 엄마와 사소한 언쟁을 벌였다고 쳐요. 그럼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런 묵직한 마음이 대화에 반영되지 않을까요? (검지로 자신의 심장 위치를 가리키며) 이렇게 웃는 순간에도 여기에 기쁨이란 감정만 충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는 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수염을 기르거나 가르마 방향만 바꿔도 외모가 쉽게 변하는 건 배우로서 장점이지만, 스스로 캐릭터를 창조하는 상상력은 아직 원룸 수준"이라며 웃었다. "감독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자평한 그는 "조금씩 상상력의 평수를 넓히는 게 지상과제"라고 했다.

'궁'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스스로 "저한테도 헝그리 정신이 살아 숨쉰다"고 말했다.

"열아홉살에 모델로 데뷔했는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공사판 막일부터 중학교 때는 신문을 돌렸고, 와인숍에서도 일해봤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 용돈이 차비 포함해 1000원이었으니까요. 집에 손 벌릴 처지가 아니라 막막했죠."

영화의 주무대인 케이크숍에서 일한 적도 있었다. 워낙 지갑이 얇을 때라 매니저에게 "형, 이거 데코레이션 망가졌다. 수분기 떨어졌는데 우리가 먹자"며 조각 케이크 수백개를 해치우기도 했다.

다분히 젊은 여성을 겨냥한 영화 같다고 묻자, "그런 측면을 부인할 순 없지만 내 목표는 주지훈을 내려놓고 진혁으로 평가받고 싶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내친 김에 비슷한 설정의 '커피프린스 1호점'에 대해 물었다. "사장과 종업원과의 미묘한 감정, 잘 해야 공유와 비교되지 않을까요?"

그는 예상했다는 듯 "전혀"라며 손사래를 쳤다. "가르숑을 입은 케이크숍의 꽃미남 4인방. 게다가 사장은 재벌 2세. 이런 설정은 흡사하죠. 하지만 인물의 캐릭터가 다르고 배우들의 나이대도 천양지차라 그런 기대(?)를 저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독님도 처음엔 '커프'를 의식하셨대요. 그런데 촬영하면서 기우였다고 하셨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가르숑을 좀 더 멋있는 걸로 선택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는 '앤티크'로 "내 안의 리미트(limit)를 또 한번 깬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했다. "'궁'에서 19세로 나왔는데 '마왕'에서 27세 역할을 한다니까 처음엔 다들 미스캐스팅이라고 했죠. 그런데 이번엔 30대 초반 역이었어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연기폭을 넓히게 돼 흐뭇해요. 들어오는 시나리오도 다양해지더라고요."

그는 모델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잘 해야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조금만 못 해도 '쟤는 모델 출신이잖아'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조바심을 냈죠. '궁' 출연할 때 김혜자 선생님이 '거짓은 상대하지 않아도 언젠가 다 지나간다'며 격려해주신 게 큰 힘이 됐어요."

1주일 중 3~4일을 집에 콕 박혀 산다는 주지훈은 "외출하는 2~3일 리더형 인간으로 사는데 그런 극단적인 배역을 맡으면 누구보다 잘 해낼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지난 달 KTX를 타고 부산에 네 번 갔는데 아무도 몰라봤다는 주지훈은 "요즘 청계산에 자주 가는데 랩 타임이 한 시간도 안 나와 이젠 높은 산으로 옮겨야겠다"며 웃었다.

연애할 때 가장 으뜸으로 여기는 키워드는 "이해"라고 답했다. "구속에서 10도만 방향을 틀어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뜨겁고 가슴 뛰는 사랑은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저는 사랑이 식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설레일 때 불편했던 감정이 편해지는 느낌 같은 거 아닐까요. 뜨거운 커피가 식는다고 냉커피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한 달변가 주지훈은 탁월한 언변으로 영업능력을 과시하는 영화 속 앤티크 사장 진혁과 꽤 많이 닮아있었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mg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