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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원/강동원·article

[강동원] 07.10.15 이동진기자 인터뷰



(1) 'M'의 강동원, 설계도를 손에 쥔 배우

이동진 닷컴 | 기사입력 2007-10-15 02:43

 

 

 

 

 

 

 

 

'M'의 강동원 ⓒ 이동진닷컴-김현호

강동원은 배우라는 이름의 집을 짓는 사람 같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로 터를 다듬고 ‘늑대의 유혹’으로 자재를 넉넉히 구입한 그는 ‘형사’로 든든한 주춧돌을 놓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튼튼한 기둥을 세웠다. 그 집을 완성하는데 꼭 필요하다면, (목소리로만 출연했던) ‘그 놈 목소리’에서처럼 벽돌을 다듬는 일에만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벽을 올리기에 앞서, 이제 신작 ‘M’을 통해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미리 만났다.

그가 선택해온 영화들을 훑어 보고 있자면, 정말 그의 손엔 수십년에 걸쳐 짓게 될 그 집의 설계도가 들려 있을 것만 같다. 강동원은 자신이 어떤 집을 지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떤 연장이 있고 어떤 자재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알고 있다. 앞으로 집을 짓는 순서를 바꿀 수는 있어도, 아마 그는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편법을 쓰진 않을 것이다.

강동원은 겸손하고 다소 느린 말투 속에서도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 배우였다. 한국인으론 도저히 나올 수 없다는 체형과 웬만한 여배우보다 아름답다는 얼굴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스로의 스타일과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단단한 자세였다. 벌써 6편의 인상적인 영화를 찍었지만, 강동원은 여전히 미래가 더 밝은 연기자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배우는 언제나 행복하다.

-지난 주에 끝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최고 스타는 강동원씨였습니다. 저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니, 정말 인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던데요.(웃음)

“선배님들이 많이 안 오셔서 그랬죠. 그래서 제가 상대적으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같아요. 장동건 선배도 안 오시고, 정우성 선배도 안 오셨잖아요.”

-지난 6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시드니 룸에서 열린 영화 ‘M’의 기자회견이 파행을 겪은 것은 물론 영화제 측이 사전에 기자들이 몰릴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을 회견장으로 잡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강동원이라는 스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증명한 사례이기도 하죠.

“지난 1년간 사실 제가 이런 자리에 나온 적이 없었습니다. ‘M’은 제작발표회도 없었잖아요. 너무 오랜만에 나와서 다들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이젠 팬들이나 기자들의 이런 반응이 익숙하시죠?

“팬 미팅처럼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만 모인 자리는 편합니다. 그런데 부산영화제의 기자회견 같은 자리는 아직도 무서워요. 그 기자회견에 오신 분들 모두가 저를 좋아해주시거나 ‘M’이라는 영화에 특별히 관심이 있으셔서 인터뷰를 하러 오신 건 아닐 테니, 저도 상당히 긴장되죠.”

-그런 자리에서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요?

“네. 공식석상에서 한국 배우들이 너무 말을 못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 그런 자리에서 말 실수 한 번 하면 아예 매장당하는 수준까지 가는 일도 있으니, 꺼릴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자리는 정말 무서워요. 실수해도 용납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도 있구요. 그래서 조심하죠.”

-배우들에겐 그런 공포가 다들 있는 것 같습니다.

“다 그러실 거예요. 저도 자연스럽게 잘하고 싶은데 혹시 실수할까봐 아예 말을 줄이고 조심하는 거죠. ‘여기서는 기본만 하자’는 마음이 있어요.(웃음) 저를 찍는 카메라가 한 대만 있으면 저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데, 그렇게 사진 찍는 분들이 많은 자리에 서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자리에서 과감히 포즈 취하시다간 이른바 ‘굴욕 사진’이 만들어지기도 하죠.(웃음)

“맞아요. 그런 것도 너무 싫어요.(웃음)”

-혹시 말 실수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으셨나요?

“별다른 구설수는 없었어요. 워낙 그런 자리에서는 기본만 하니까요.(웃음) 오픈된 기자회견장에서 하는 말과 진지하고 친밀한 인터뷰에서 하는 말은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요. 아, 이런 일이 있었어요. 제가 ‘형사’ 때 영화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영평상 시상식장에서 감독님을 대신해 작품상을 대리수상한 적이 있어요. 저는 그 영화에서 안성기 선배님의 연기가 너무 좋았기에, 수상 소감을 할 때 안선배님을 염두에 두고 ‘이 영화는 제가 예상했던 모든 상을 다 받았는데 아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못 받았으니, 앞으로 그 두 부문만 수상하면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강동원, 남우조연상도 욕심내’ 라는 제목의 기사가 뜨더군요.(웃음) 그 기사 이후에 여러 군데서 비아냥을 들었어요. 역시 그런 데서는 기본만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웃음) 그러니 제가 이제 영화를 6편 했고, 드라마까지 치면 9편을 했는데도 여전히 무서워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

-오늘 이 자리는 무섭지 않으시죠?(웃음)

“전혀요.(웃음) 사실 옛날에는 인터뷰 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이 영화를 하면서 좋았냐’고 물으면, 그저 간단히 ‘좋았다’고 말하고 입을 닫는 식이었죠.(웃음) 이제는 저라는 사람의 생각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자리가 이런 인터뷰 밖에 없다고 적극적으로 여기는 편입니다.”

-이명세 감독님의 신작 ‘M’에서 결혼을 앞두고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 헤매는 소설가 민우역을 맡아, 평소와 달리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나오셨습니다. 심지어 앞머리 헤어 스타일 자체를 M자 모양으로 했다면서요?

“처음부터 M자 모양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촬영 전 감독님께서 극중 인물인 민우의 스타일에 대한 컨셉트를 이미 갖고 계셨죠. 곱슬머리에 탈모가 시작된 듯, 머리 스타일이 좀 파인 것처럼 보이는 게 좋겠다면서요. 그런데 그게 외국 배우들에겐 멋진데, 동양 배우에겐 썩 잘 어울리진 않는 것 같아요. 다 하고 나서 머리 모양이 M자 비슷해진 걸 보시더니, 감독님이 좋아하시며 이후부터 M자 헤어스타일 이야기를 하시기 시작했죠.(웃음)”

-곱슬머리나 뿔테 안경은 누구 아이디어였습니까.

“전부 감독님 생각이셨죠. 출연이 결정되기도 전이었는데, 저를 만나셔서 ‘이번엔 이런 헤어 스타일을 하고 나와야 하는 거야’라면서 설명하시더라구요.(웃음) 그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그렇게 해보니 스스로 어떻던가요.(웃음)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이더라구요.(웃음) 저는 배역과 작품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M’은 배우로서 다르게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이야기가 최소한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미지에 집중하는 영화이고, 사실적인 연기보다는 인공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작품이니까요. 다른 영화에서와 비교하면 ‘M’의 연기 방식은 어떻게 달랐습니까.

“말씀하신대로 연기의 톤 자체를 인공적이고 좀 과장되게 잡았어요. 그게 이 영화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이 영화를 하면서 또 한 가지 염두에 둔 것은 연기를 유동적으로 해야겠다는 것이었죠. 특정한 방식대로 연습을 계속해서 틀에 박힌 연기를 하는 것 보다는, 극중 상황에 따라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면서 변화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현장에서 지르자는 게 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로서 제가 가졌던 목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대사들은 그 의미 못지 않게 리듬이 중요합니다. 어떤 대사는 너무 빨라서 무슨 뜻인지 잘 파악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사실 그런 대사들은 관객이 그 의미를 파악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되지 않죠.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일식집 장면 같은 데서 강동원씨는 대사를 아주 빠르고 코믹한 톤으로 처리합니다.

“이 영화에서 대사를 처리하는 방식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사실 제가 ‘형사’를 찍을 때 안성기 선배님이 등장하는 한 장면을 보면서 무척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었어요. 안선배님이 프레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러면서 아주 빠르게 계속 말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리듬을 더욱 과장된 방식으로, 현대판으로, 한 번 해보고 싶었죠.”

-‘형사’의 그 장면에서도 정말 대사의 스피드가 대단했죠.

“네. ‘M’의 일식집 장면에서는 제 상대역으로 나오신 출판사 편집장 배역의 배우 분 연기도 좀 과장되잖습니까. 저는 그 일식집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 분의 과장되고 독특한 스타일을 좀더 허황된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스타일의 연기를 하면서 배우로 무척 흥미를 느꼈어요.”

 

 

 

 

 

'M'의 강동원 ⓒ 이동진닷컴-김현호

-그 일식집 장면은 연기에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상황이어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흥미로웠습니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말 소리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라든지, 모두 세 차례나 반복되면서 마치 돌림노래 하듯 서로 다른 세 배우가 같은 대사를 변주하도록 짜여져 있는 형식 같은 것이 그랬죠.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연기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그 일식집 장면들이었습니까.

“네, 맞습니다. 희열 같은 게 있었어요. 사실 그 장면 촬영 자체는 기술적으로 좀 난이도가 높아서 힘들었어요. 아침 아홉시부터 준비했는데, 오후 네시가 되어서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죠. 쇼트의 길이가 꽤 긴 롱테이크였는데, 기술적인 문제들 때문에 열댓번을 거듭해 찍기도 했구요. 그 장면들에서 민우가 괴로워할수록 그 방이 좁아지도록 표현되는데, 그런 세트의 변화가 카메라의 움직임과 잘 맞물리지 못해 계속 엔지가 났어요.”

-민우가 마음 속으로 상상하거나 꿈을 꾸는 장면 혹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선 슬랩스틱코미디 연기도 있고 과장된 방식의 연기도 있어서 그런 표현법에 익숙하지 않은 어떤 관객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민우가 일상에서는 결코 과장된 모습을 보이지 않죠. 환상이거나 꿈일 수도 있는 장면에서만 그렇게 표현되었어요. 그게 민우라는 인물의 강박이 표출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그 두 가지 종류의 민우 모습을 그려내면서 아예 다른 장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도 누구나 자신의 상상 속에서는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스토리를 따라가는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과 이미지를 표현하는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을 위주로 하는 영화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연기하면 되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영화는 감정선을 그려나가는 게 아무래도 좀 쉽습니다. 시나리오 대로만 가면 되니까 편하죠. 그런데 연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후자가 더 흥미롭습니다.”

-그런 연기는 사실 배우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만 타고 가면 적어도 완전히 실패할 염려는 없죠. 하지만 이미지 중심의 영화는 배우의 표현 자체가 이뤄낼 수 있는 진폭이 워낙 크고, 기댈 수 있는 그 무엇도 없이 사실상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방식에 가깝게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한 희열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처참한 실패도 가능해진다는 거죠.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배우가 실패했다면, 그건 흉내만 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진실되게 표현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어요. 이미지 위주의 영화라도, 만일 배우가 흉내를 내지 않고 자신의 것을 지켜낸다면 결국 배우는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극중에선 정훈희씨의 노래 ‘안개’가 여러 차례 흘러나옵니다. 강동원씨가 기타를 들고 직접 부르는 장면도 있죠. 최근 보아씨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 노래는 강동원씨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나온 노래인데요(웃음), 그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이 노래가 그렇게 오래됐나요? 저는 영화를 찍으면서 처음 들었는데, 전혀 오래된 곡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이번에 보아씨가 리메이크한 게 너무 좋기도 했구요. 원래는 제가 직접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없었어요. 그런데, 촬영 중 감독님께서 어느날 갑자기 제게 이틀 후 기타치면서 이 노래를 하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기타를 못 치기에 큰 일 났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꼬박 하루 연습하고 그 장면을 찍었죠. 하루 한 것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 다행이었어요. 저는 그 노래를 특별히 감정을 싣지 않고 절제하면서 맑게 부르려고 했습니다. 그게 그 장면이나 제 느낌에 맞는 것 같았어요.”

-‘M’의 과거 장면들은 화면의 색조와 연기 방식에서 현재 장면들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M’은 결국 과거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영화니까요. 연기자로서도 과거 장면들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찍으셨죠?

“네. 연기하는 느낌이 달랐어요. 민우가 현재는 성깔이 좀 있어도, 과거 만큼은 순수한 느낌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나, 아무 것도 몰라요’ 느낌이라고 할까요.(웃음)”

-‘오빠’보다는 ‘남동생’에 더 가까운 강동원씨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 딱 한 글자가 더 들어가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그건 ‘누나, (저는) 아무 것도 몰라요’의 느낌이죠.(웃음)

“그런가요?(웃음) 그런데, 극중 미미 역으로 나오는 이연희씨도 그런 느낌을 주잖아요? 그러니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들은 ‘우린 아무 것도 몰라요’의 느낌이죠.(웃음)”

-연기에 대한 욕심이 무척 많은 것 같습니다. 본인의 출연작 외에 ‘저 영화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라고 상상해본 작품이 있으신가요.

“운이 좋게도 지금까진 제가 하고 싶은 작품들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 근래에 그런 상상을 해본 작품이 하나 있었어요. 김지운 감독님이 찍고 있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었습니다. 기회가 안 닿았지만, 참여했다면 무척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을 해요.”

-올해로 스물여섯입니다. 스물여섯이란 나이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십니까.

“어, 저 스물일곱인데요.”

-만으로 스물여섯이란 거죠.(웃음)

“스물여섯이라고 하시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데요.(웃음)”

-그 웃음 속에 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미 들어 있는 것도 같네요.(웃음)

“이십대가 끝나가니까 살짝 씁쓸한 기분이 들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 앞에서 이런 말 해서 죄송합니다만.(웃음) 요즘 절실히 느끼는 것은 제가 애매한 시기에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과도기에 놓여 있는 듯해요. 서른으로 넘어가기 전, 소년에서 남자로 가고 있는 과도기의 느낌이랄까요. 제 스스로의 외모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외모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 같으신데요?

“말 그대로 애매하게 변하는 느낌이죠.(웃음) 저는 제 얼굴을 보고도 냉정하게 분석하는 편인데, 거울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요즘 운동을 못해서 상태가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구요.(웃음)

-강동원씨의 고향은 경남 창원입니다. 이미지에서는 ‘경상도 사나이’적인 느낌이 거의 없는데, 그런 강동원씨에게도 ‘경상도 사나이’적인 뭔가가 있겠죠?(웃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연기 생활 하면서 많이 없어졌죠. 굳이 남아 있다면 제가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겁니다. 맘 속으론 고마워도 말로는 고마움을 잘 전하지 못하고, 칭찬에도 인색한 편이예요. 그런데 그것도 많이 바뀌었어요. 고맙다는 말도 많이 하고, 의도적으로 감정 표현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거든요.”

-영화에서는 특별히 그렇지 않지만, 이렇게 대화할 때는 살짝 사투리가 배어 있는 어투를 쓰십니다.

“연기할 때는 쓰지 않지만, 평상시에는 조금씩 나오죠. 그런데 평소에는 그런 어투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좀 건방지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런 제 말투가 좋거든요.(웃음)”

(이 인터뷰의 후반부는 10월16일자 ‘이동진의 영화풍경’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