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Lim Jee Hye
스물다섯의 주지훈과 지낸 일주일
런던 V&A 뮤지엄의 패션관에 전시된 샤넬의 앙증맞은 드레스를 보며 주지훈이 말했다. "저런 드레스를 입은 여자 주위엔 눈부신 햇살이 부서질 거 같아요." 패션의 자신에게 팔이나 다리가 달려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그가 또 하나의 삶의 일부로 연기를 받아들였다. 아직은 사람들의 관심이 혼란스러운, 배우의 입구에 다다른 스물다섯 주지훈과의 한때.
주지훈과 제대로 눈인사를 나눈것은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후였다. 그곳에서조차 정보 빠른 팬들이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지만, 서울보단 훨씬 안전했다. 한 편의 드라마가 줄 수 있는 파장의 영역에서 주지훈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되었다. 패션 마니아들에게만 전유되던 최고의 모델은 런웨이의 워킹처럼 성큼성큼 다가와 결국 대중의 마음을 사라잡아버렸다. 사람들은 그에게서 아련한 첫사랑을 봤고, 모성애로 다독여줘야 할 섬세한 상처를 발견했다. 드라마 <궁>은 그렇게 주지훈을 대중 앞에 던져놓았다.
주지훈은 2006년 1월 11전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황태자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비교대상이 없다는 당혹스러움은 오히려 신인배우에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캐릭터의 강렬함은 사람들에게 주지훈 개인을 머릿속에
남기는 역할까지 했다. 보통은 3~4개의 작품을 해야 얼굴이 알려지는 이 바닥에서 주지훈은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혼란스럽다.
그리고 불안하다.
"드라마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자리가 아닌것 같고,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나는 일이
좋아서 하는 거지, 스타가 되기 위해 일을 하진 않아요. 그런데 요즘드는 생각은 결국 연예계에서 "배우"와 "스타"라는 건 같은 말이란 게
조금씩 인지되고 있습니다. 드라마 끝나고, 아직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에게는 반 년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굉장히 오래전 일 같거든요.
마지막 방송일 하루 전날까지 촬영을 했어요. 사람들의 반응을 느낄 사이도 없었고, 촬영장에 가끔씩 사람들이 찾아오면, 드라마가 좋으니까.. 라고
생각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내 눈으로 보고,내 피부로 직접 느낀 지가 얼마되지 않아요. 뭔가 붕뜬 느낌이 들어요. 제가 워낙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하거든요. 거리에서 음악 듣고, 편한 곳에 앉아 술도 마시고, 그런 시간과 공간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젠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아졌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변하는 것들,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은 혼란스러워요. 물론, 저를 좋아해주는 분들에겐 고맙고 감사한데, 상황
인식이 안 되고 있는 거죠. 그리고 대중의 보는 눈이 절 다음에 기대할 때 얼마나 높아져 있을까요?"
그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악몽을 꾸고 가위에 눌렸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집이나 차에서 자다가 눈을 뜨면, 대사를 읊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집중을 해 본 적이 없었고, 다행히 좋은 결과도 얻었지만 이제는
다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가 걱정이다. 하지만 주지훈의 연기에 대한 확고한 신념 중 하나는 "연기란 삶이란 것"이다.
"<궁>을 찍으면서, 이 드라마가 당신에게 어떤 작품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난 그 말에 대답을 못하겠어요. 너무 오래 찍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궁>은 어떤 작품이다.. 가 아니라, 그게 내 삶의 하나였어요. 누군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뭐하셨어요? 라고
물으면 "내가 그때 뭘 했더라" 하고 떠올리잖아요. 나에게 <궁>은 그래요. 3개월 전에 채경이랑 얘길 했었지. 채경이랑 여행을
떠났었지.. 나에게는 <궁>이란 작품은 그렇게 떠올려지는 어떤 것이에요. 삶 을 그려가는 것처럼, 제가 자신 이게 말할 수 있는 건,
연기를 잘했건 못했건 <궁>에서는 내가 신이고, 신이 나였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내가 신이란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아예 없어져버렸어요. 신이 그냥 저였어요" 혹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그는 절실했다. 꿈에서도 대사를
외우는 경지는 그리 쉬운게 아니니까.
그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델 일을
3년동안 하면서 단 한번도 내 입으로 모델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말그대로 배우, 연예인이 아닌 진짜 배우, 오늘
아침에 DVD로 <맨온파이어>를 봤어요(그는 여행에 노트북을 챙겨왔다). 덴젤 워싱턴은 아침에 캠핑카처럼 생긴 배우 개인 트레일러
있잖아요. 거기서 감독과 한 시간씩 영화에 대해 상의를 해요. 감독이 그러더라구요. "덴젤워싱턴은 그 캠핑카를 나오는 순간 크리시(극중
캐릭터)가 된다"라구요, 그런게 배우 아닐까요. 어찌보면 미치는 거, 자기가 아닌 어느 누군가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심연을 파고드는
것." 모든 배우의 장점을 다 배우고 싶다는 주지훈의 어제까지의 롤모델은 숀 펜이었다. 영화마다 완벽히 다른 사람이 되는 그를 보며 늘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본 영화로 인해 롤모델은 덴젤 워싱턴이 되었다. 덴젤 워싱턴의 꾹꾹 눌러 담아도 흘러넘치는 느낌의 연기가 욕심난
지훈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시피 주지훈은 모델 출신이다. 일반 연기자들이 갖고 있지 못한 걸
그는 갖고 있다. "예전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배우는 뭔가를 뿜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반면, 모델은 자기 안에 뭔가를 담아서
흘러나오게 하는 느낌이랄까? 배우가 폭죽이라면, 모델은 드라이아이스처럼 흘러넘쳐 아래로 깔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모델 일 할때는 몸에 옷을
맞추지 않아요. 옷에 몸을 맞추죠.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의 폭이 넓어요. 옷이 조금 크거나 작으면 느낌으로 채우면 되니까, 드라마 할 때 어떤
팬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제가 입으면, 비넥타이,땡땡이무늬,리본, 레이스 같은 것들이 전혀 거북해 보이지 않는다구요. 캐릭터에 따른 의상의
변화에 거부감이 없는 것도 모델 일로 갖게 된 장점이라고 봐요,"
주지훈은 많은 패션에디터와 포토그래퍼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모델이었다. 그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카메라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는 모델로도 유명했다. "공교롭게도 제가 처음 한 일들은 대단한 것들이었어요.
당대 최고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작업,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가 좋은곳이구나 싶었어요. 나도 눈칫밥이 있으니까, 이게 좋은 거구나 싶고,
거기서 머물고 싶죠. 하지만 능력이 안돼요. 그럼 피를 토하면서 노력을 하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계란 걸 밟고 올라가잖아요. 나이와
그때의 정신 상태에 따라 충격을 견뎌낼 수 있는 크기를 조절하면서요. 하지만, 전 항상 그 과정의 꼭대기에서부터 시작을 했어요. 드라마도
마찬가지였고 , 상처 하나 받고, 하나 극복하고, 상처 둘 받고, 둘 극복해야 하는데, 나는 처음 충격이 엄청나니까 한 방에 쓰러질 수도
있어요. 근데, 제가 승부욕이 좀 강하거든요. 절대 지지 않아요, 저는 스무살 때부터 내가 벌어서 살았어. 집에 돈도 드리고, 모델비 모아서
동생 학비도 냈어요. 쉽게 무너질수 없잖아요. 무조건 꿈만 쫓는 마인드는 아니에요."
그는 노력파에다 현실주의자다. 분위게
휘말리지도 않는다. 압구정에 얼마나 많은 파티가 있는가. 하지만, 그는 거기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진 않다. 주지훈은 오히려 일로서 자신의
퀄리티를 높이려고 노력했고, 그의 예상대로 그들이 알아서 자신을 찾아오도록 만들었다.
주지훈을 오랫동안 알아온 한 스태프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모델활동 초기부터 지훈이는 다른
아이들과 좀 달랐어요. 우선, 똑똑했고 시간 관리를 아주 잘했어요. 다른 아이들이 어영부영 보내버리는 시간에 지훈이는 늘 뭔가를 했어요.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주지훈은 정말 책을 많이 읽는다. 그냥,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그에게 독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던 시절, 실질적인 문화적 경험의 기회를 대신하는 하나의 자양분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습관은
아직까지 아이지고 있다. "어제 <미싱>이란 일본소설을 읽었는데, 허한 마음이 더해졌어요. 제가 느끼는 일본작가들은 대단히 건조해요.
영화를 보고, 책을 봐도 한국의 경우는 주인공의 감정을 아주 세밀하고 표현하고, 어떤 식으로든 끝을 맺으려 하죠. 하지만 일본은, 예를 들면
"아..나는 저 아이가 좋은데..."하고 그게 끝이예요. "난 널 너무 사랑해."가 아니라 "나, 너 사랑하나봐"의 정서라고나 할까요. 너무
건조해서 더 와닿는, 최근에 다시 읽은 책 중에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란 책이 있는데, 70살 정도의 존경받는 교수 "모리"가
암선고를 받아요. 그래서 제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죠. 일주일에 한번씩 토론을 하자고.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슬프면 슬퍼해라", 제가
23살 때 굉장히 슬럼프에 빠졌을 때 본 책이에요. 저는 한 번도 슬럼프에 빠진 모델 후배들에게 "힘내, 넌 잘할 수 있을거야"라고 말해본 적
없어요. "힘들어? 그럼 술 마셔" "힘들어? 그럼 속이 쓰릴때까지 토해봐"라고 말해주죠. 전 슬픔에 빠져 가라앉으면, 바닥까지 갔다가 다시
떠오른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슬프면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 더 물을 먹듯, 그냥 가만히 슬픔을 느끼는 게 좋아요.
그 책은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한 명은 있구나. 딱 그 느낌이었어요. 그것도 나이 많은 사람이 타국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건 묘한 안도감을 줬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니라는. <미싱>에서는 여자가 너무 남자를
사랑해서 자살해버려요. 그런데, 남자가 그걸 그저 이해해버리는거죠. "당신이 죽었어요. 난 너무 슬퍼서 죽을것 같아 과도를 샀어요. 매일
머리맡에 두고 외출하면서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그렇지만. 미안해요. 그걸 그을 순 없을거에요." 조용한 인정과 받아들임이 인상적이었어요." 책
이야기를 시작하니 끝이 없었다.
주지훈은 스스로도 인정하듯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모델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것도, 첫 번째 드라마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것도 모두 승부욕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래요, 전 승부욕이 강한 편이죠. 어릴 때 친구중에 정말 독특한 녀석이 하나 있었어요.
중학교 2학년짜리가 환율 보고 한숨 쉬곤 했거든요. 여러 방면에 관심도 많고, 지식도 많은 똑똑한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무슨 바둑 두는
것처럼, 네 수 앞을 보고 말을 했어요. 그 아이에게 지기 싫어서, 내가 이렇게 물으면 어떤 대답이 나올 거고, 거기에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말을 잘하게 되었어요. 사람으로서, 인격적으로서 지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책도 더 많이 보고, 음악도 더 많이 듣게
되었죠.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시켜 내 의견으로 바꾸는 것보다, 나의 생각을 오해 없이, 여과 없이 전달하고 싶어요."
승부욕이 강한 만큼 자신을 담금질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 바탕에는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을 믿는 강단이 필요하다.
"<궁>을 찍을때, 내 맘속으론 고급 연기를 했어요. 작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눈빛 하나로 그런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했죠. 편집본을 보러 갔는데, 쓴웃음밖에 안 나왔어요. 감독님이 왜 내게 그때 그렇게 끊임없이 다른 걸 요구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굉장히
내 맘속에선 고급 연기를 하지만, 그게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워요.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건, 예를 들면, 저는
말은 잘하지만, 글은 잘 못써요. 글을 쓰면 일단 서두가 없어지고 완전히 생각없는 사람처럼 보이게 돼요. 그러면 글공부를 해야 하는 그런 식인
거죠. "그는 뭔가를 배우고 갈고 닦아나가는 것의 소중함을 안다. 외부에서 오는 충격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그는 런던의 한
"디올 옴므"매장에서 너무나 완벽한 보디라인을 가진 남자를 발견하고 심한 충격을 받았다. 주지훈은 몇 초후, 그 자리를
떠났다.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을 수 없었어요. 무너져내리는 느낌, 우리나라에 "디올 옴므"가 안 들어왔을 때, 저랑
작업을 같이하던 패션 에디터 중의 한 분이 우리나라에서 "디올 옴므"를 입을 사람은 너 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럴 정도로 좋은
몸매였는데, 요즘은 살이 쪄서 거울 보기도 싫어요. 드라마 스트레스 때문에 부은 얼굴이 아직도 안 빠지고 있구요. 아주 얇은 "디올 옴므"적인
실루엣을 가진 그 남자를 봤을 때 내 모습이 부끄러워 아예 자리를 피했어요. 부끄럽지만, 슬슬 승부욕이 생기더군요. 한국 가면 바로 예전의
몸매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델 일을 할 때는 보름 만에 8kg을 빼고 그랬어요. 직업이 바뀌다 보니 그게 절실하지는 않아졌지만, 오늘
만난 그 친구가 좋은 촉매제가 되어 몸매를 좀더 빨리 원상복귀시켜놓을 수 있을 거예요.
승부욕과 함께 자기 주장 역시 강할 것 같은 그이지만, 연기를 시작하면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배우 중에는 상대방을 잡아먹는 배우와 살려주는 배우가 있어요. 내가 상대 배우에게 이렇게 하고 싶은데 어떠세요'라고 하면
그 배우는 '전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하죠. 그럼, 합일점을 찾아 둘이 연기를 맞춰보기도 하고, 결국은 자기 혼자를 챙기는 것보다 두
사람을 챙기는게 더 넓은거잖아요. 지금 연기를 통해서 그런 좋은 훈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고 칭하는 그에게는 귀여운
비열함(?)이 있다. 그런 비열함 때문에 가끔 슬퍼지기도 한다. "제가 다른 모델 친구들보다 돈을 몇십 배는 많이 벌면서 술값 많이 나와 계산할
때 아까워하는 것. 내긴 하지만 100%유쾌하지 않은 것. 그런 게 남에게는 전혀 티가 나지 않는 것, 이런게 비열함이 아닐까요? 내가 이
사회에 찌들었다는 생각에 우울해지네요."
주지훈의 인생 최대 목표는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이다.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되어, 아들딸이 지금의 자신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에도 어려워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아빠가 되는게 소원이다. 많은 가족들이 한 동네에 모여 살면서, 날씨 좋은 날 소규모 운동회도 열고, 축구 경기도 하는 그런 미래를 꿈꿔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의 아내는 어떤 여자일까? "저는 지혜로운 여자가 좋아요. 유쾌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저는 짝사랑도 잘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7년간 짝사랑한 친구가 있었어요. 결국 연인보다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어요. 그것도 일종의 사랑이겠죠. 그리고 제가 워낙 사람 만지는 걸 좋아해요. 스킨쉽에 강한 거죠. 어릴때 어머니가 저를 그렇게 잘 만지고,
쓰다듬어주셨어요. 아침에 저를 깨우실 떄는 '아들아, 일어나' 하고 일으켜 안아서 토닥거려주시는 스타일이었구요. 그래서 스킨쉽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어요. 친구들 사아에서도 남녀 가리지 않고, 인사할 때 그냥 껴안거든요. 근데 드라마 메이킹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정말 메이킹에 나온
제 스킨쉽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큼의 강도였어요. 사심은 없거든요(웃음). 내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면 자제가 되겠지만,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것처럼 제겐 자연스러운 일이라...여자 친구가 생기면 계속 뽀뽀하고, 옆구리에 끼고 다니고, 어깨에 목마 태우고 다닐
거에요. 그래도. 때와 장소를 가리는 동방예의지국의 자손이나, 남들이 봤을때 예뻐 보일정도의 스킨쉽은 조절할게요"
주지훈의 로망은 자유다. 큰 의미에서의 자유. 자유로운 연기, 자유로운 여행,
자유로운 사랑, 아주 어릴때부터 저녛 변하지 않는 일관된 로망이 바로 자유이고, 행복한 가정을 갖는것 역시, 진정한 자유를 위한
일부다.
주지훈은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조만간 결정이 되겠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자신이 드라마를 끝내고 보낸 휴식의 시간 그리고 드라마를 위해 지낸 8개월이 다음 작품에 어떤 식으로든 배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일년만큼의 깊이지만, 그게 다음 작품에서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없는 손톱, 발톱도 자라는데, 내가 자라지 않을 순 없잖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가만히 있어도 내 안의 것들이 흘러념쳐서 보여지고 느껴지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르고, 피나는 고통이 필요한 걸까요? 하지만, 상처 없는 성장은 의미가 없겠죠. 성장통은 항상 필요하니까"
그는 대중들의 갑작스런
주목으로 혼란스럽다고 했지만, 이미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충분히 감지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노력할 것이다.
그것만 믿어준다면 그는 지금으로선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자신속의 모습을 하나씩 끄집어내 보여줄것이다. 이 영민하고, 성실한 야심가를
믿어보는것. 손해볼 일은 절대 아니다.
"솔직한 사람이 될거에요. 잘하고
싶으니까요. 연기에 100% 올인했어요. 잘못 보여 준다면 제가 소중히 살아온 인생의 과정조차 왜곡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런던의 거리를
걷다가, 똑같은 모양의 물건들이 늘어선 상점 앞에서 그가 지나가듯 말했다. "저렇게 찍어낸 것 같은 배우는 되지 말아야지. 영혼이 필요해"
이사람, 뭘봐도 연기 생각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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