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돌아 오던 날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 공항 안의 모습이다. 도착하던 날은 그대로 짐만 찾아 나왔기 때문에 이 공항의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 제대로 공항 시설을 이용했던 것은 돌아 오던 날이다.
이 공항의 불편함과 불친절함을 말하자니 너무 많아서 ㅡ.ㅡ;; 도대체 어느 것부터 늘어놔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저녁 9시경에 공항을 들어섰다.
공항 안은 엄청나게 넓었다. 지나 온 씨엠립 공항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런데, 그 넓은 공항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너무나도 적었다. 각양 각색 인종들의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못 찾아 다들 서서 서성거린다. 시간은 늦어 가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피곤함이 가득. 일부 몰지각한 모 동양인들이 의자 2~3개를 차지하고는 신발벗고 드러누워 있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3층의 비즈니스 플로어로 가니 시각적 시원함을 위해 비워 둔 것인지 의자 하나 없는 허허 벌판 운동장이었다. 귀퉁이 맨바닥에 그냥 털썩 앉으려니 큰 애가 막 화를 낸다. 이건 거지 꼴이잖아요...
그건 좀 그렇네... 일단 쇼핑을 좀 해 보자...
면세점들을 둘러보았다. 화장품 가게 하나를 들어가서 콤팩트를 보여 달라고 하니 이 여점원, 정말 하기 싫은 일 하듯이 느릿느릿 꺼낸다. 조금 더 밝은 색으로 보여 달라고 하니 화내려는 걸 참는 듯한 분위기다. 별로 팔고 싶지가 않은 듯 ;; 대충 하나 골라서 계산하고 나왔다.
4층이던가? 거기 까페와 레스토랑이 있던 듯 해서 그리로 올라갔다. 커피숍이 하나 보였는데 들어가려다가 돌아서서 나왔다. 각 자리들마다 담배피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냄새때문에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나오는데 여대생 가족을 만났다. 커피숍 유리문에 적힌 Wi-Fi라는 문구가 마음에 드는 듯 야호~! 하면서 들어갔다.
그 옆은 모두 식사를 파는 곳.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베트남 여행을 기념할 만한 자석판이나 그런 게 없을까 하고 찾아 보았다. 그 넓은 샵들을 2~3바퀴 돌았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 저것 섞어 팔아서 눈에 띄지를 않았다. 잡화상같은 한 가게에 들어가 주인에게 마그네틱이 있냐고 물으니 바구니를 하나 가리키는데 퀄리티가 높지 않은 조악한 것들이 가득. 몇 번을 집었다 놓았다 하다가 마침내 고르기는 골라서 나왔다.
몇 바퀴 돌았더니 도저히 다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뜨려면 아직 몇 시간 더 있어야 했다. 돈을 내고 푹신한 좌석을 찾아야겠다 싶어 그 옆의 커피숍을 들어섰다.
척 보기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 보였다. 돌아서서 나오려니 안내하는 이가 잠깐 기다리란다. 잠깐 서 있으니 빈 자리가 생겨 그 쪽으로 안내되었다.
난 까페모카를 시켰고 아이들은 레모네이드였던가? 과일쥬스를 시켰던 걸로 기억. 조금 있다가 점원이 오더니 재료가 떨어져서 그게 안된다고 다른 걸로 주문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컵에 붓기만 하면 되는 콜라와 사이다를 자꾸 강압적으로 -;; 가격도 싸지도 않고 - 압박을 무시하고 먹고 싶은 아이스 초콜렛을 주문했다.
커피가 나왔는데 - 나왔는데 - !!!!
내 태어나 평생 먹은 중 제일 맛없는 커피. 거품은 올리다가 만건지 5초 뒤 다 사라졌고 이런 엉터리 머쉰이 있나 할 정도로 이상한 커피맛... 잔은 또 왜 그리 촌스러운지 -
텍스 빼고 4.5달러이다. 맛도 없으면서 비싸기는 또 무지 비싸다 - 가방 포켓에 꾸깃 넣어 놓은 영수증이 보여서 찍었다. ->
커피를 다 마시고 첫째의 아이스 초콜렛이 나오자 점원 한 명이 내 옆에서 계속 얼쩡거린다. 아직 주문했는데 안 나온 둘째의 음료가 남아 있는 걸 알아서였는지 잠시 비켜가더니 또 옆에 와서 얼쩡거린다. 원샷으로 들이키고 얼른 나가주었으면 싶나보다.
커피숍의 중간 가장 큰 자리에 한 외국인 남자가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데 노트북을 켜 놓고는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얼굴을 노트북에 들이밀더니 뭐라고 하고 또 자기가 마시고 있는 음료를 노트북 앞으로 보여주며 또 뭐라 하고 - 점원들이 계속 인상을 찌푸리며 그 앞을 왔다 갔다 했지만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음료가 필요했던 거라면 더 싼 콜라를 밖에서 사 마셨겠지. 앉을 자리가 필요해서 돈을 더 내고 여기 들어왔던 건데 이건 좀 너무했다. 공항이 뭐 이렇냐고 - 가게를 더 만들던가, 밖의 좌석을 늘이든가 -
결정적으로 20달러를 냈는데 잔돈을 7달러를 줬다. 팁을 빼고 주는건가 했는데 상아씨 말이 그런 거 없단다. 이미 텍스로 다 빠져 있고 그네들이 계산을 잘못 한 거라고 -
가만 생각하니 내 옆자리에서도 거스름돈 때문에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도 같고 -
들어가면서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개도 없는 가게였다.
공항 안에서 마주치는 얼굴마다 피곤한 표정이었고 감정없이 돈에 눈이 반들거리는 사람들만 만났다. 여러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마침내 한국의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공항 건물로 실어 나르는 리무진 한 대에 다 타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1차로 한 대가 싣고 떠났다. 갑자기 바뀐 찬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서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자 안내원이 내게 말을 건넨다.
금방 또 한 대가 올거에요~~
갑자기 들려오는 우리나라 말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 안내원을 올려다 보았다. 추워서 어깨를 옹크리고는 환하게 웃는 얼굴. 그 미소가 신선해서 따라 웃다보니 내가 웃고 있다는 걸 깨닫고 또 신선해졌다. 하노이 공항에서부터 한번도 웃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친숙한 우리말과 미소에 마음이 편해졌다.
여권을 검사 한 뒤 다시 돌려주는 여자 공관의 웃는 미소를 뒤로 하며 우리나라에 돌아왔구나를 깨달았다. 한글 간판이 반가왔고 우리 말이 반가왔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친절하구나를 느끼며 반가왔다.
집으로 가던 택시 안, 기사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게 있는데 아마 여행기 마지막 쯤에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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