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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방/문화·애니

[컬쳐] 페르미 추정법과 지두력(地頭力) 의 연관 관계 -

지두력에 관한 이야기는 2008년도 즈음에 일본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地頭力 (지두력) 단련법에 관한 책이 나오기도 했었어요

 

 

 

 

 

요 앞에 제가 페르미 추론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물론 이걸 주제로 적은 건 아니고 페르미 에 관한 정보를 적다가

그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잠깐 들어간 글이죠. (http://blog.daum.net/atala86/13750480)

 

이와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본다면 -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족보글을 봄직합니다.

 

서울에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KTX 안에서 커피는 몇 잔이나 팔릴까?
국내 모든 가정에 있는 형광등은 총 몇 개나 될까?

 

 

물론 이것들에 대해서 상세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지 점검하려는 질문들이 아닙니다. 아주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를 활용하여

합당한 추론을 해내는 능력을 알아보기 위함입니다.

 

제로 베이스에서 해결책을 고안해내는 이러한 능력 - 말 그대로 地頭 ⇒ 맨 땅에 헤딩'으로 연상하여 

地頭力 = 맨 땅에 헤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하여 지두력은 페르미 추론 (Fermi problem)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아래 내용은 스크랩해온 내용입니다.

원문 바로 가기 >

 

 


 

 

일본에서 이런 '지두력'이 뜨게 된 사연은 알고 보니 도요게이자이에서 내놓는 또 다른 잡지, 계간 『Think! (シンク)』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이 잡지 2007년 봄 호에 현직 컨설턴트로 일하는 호소야 이사오(細谷功) 씨가 '私の勉強法(나의 공부법)'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지두력'이다

도요게이자이는 반응이 꽤 좋으니까 이 내용을 확대해서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결정했고,

2007년 12월에 나온 단행본 『地頭力を鍛える — 問題解決に活かす「フェルミ推定」』도 기대대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래서 이 여세를 몰아 간판 주간지인 주간 도요게이자이도 '지두력'의 사용지침과 사례를 보강하여 특집으로 한 번 더 써먹은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호소야 씨는 '지두력'은 3개의 계층구조로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즉, 매사에 지적 호기심을 갖는 태도와, 논리적 사고습관, 직관력의 함양은 기본 소양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향해 세 방향에서 접근해 들어가는 사고능력를 강조한다.

 

 

 

 

 

 

               지두력 구성 요소의 3층 구조

 

 

 

 

 

 

첫 번째의 '프레임웍 사고'는 자신만의 편견을 떨쳐버리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능력이다.

 

처음에 열거한 몇 가지 페르미 문제들 가운데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부지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피아노 영업사원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피아노를 즐겨 쳤을 수도 있고, KTX 승무원은 아니더라도 KTX를 자주 타고 다니면서 커피도 많이 사 마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체적 문제해결에 역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만의 편견을 끝까지 고집하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건 내가 전문가라서 잘 아는데……'라는 말부터 나오면 뭔가 의심의 냄새도 맡아야 한다.

 

 

두 번째의 '가설적 사고'는 가상의 결론(가설)부터 내려놓고 자꾸 검정을 반복하여 문제에 접근해가는 사고능력이다.

 

흔히 많은 정보에 파묻혀 연역적으로는 해결 방향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유용하다.

좀처럼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처음 설정한 가설은 당연히 모호하고 틀렸을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하나의 가설은 작게나마 사고의 물꼬를 틔워놓는 역할을 한다.

 

이후 문제 해결에서 비판적 사고의 끈을 놓지 않고 자꾸 가설과 풀이과정을 왔다갔다 하면, 가설은 점점 더 정교해지며 해답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세 번째의 '추상화 사고'는 문제의 본질을 단순화시켜서 접근하는 사고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일종의 작은 모델을 만들어 사고의 기반으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문제를 단순한 형태로 추상화시켜 바라보면, 다른 문제들과의 공통점도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문제를 푸는데 사용했던 노하우와 지식을 접목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또한 어려운 문제의 본질을 비유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문제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추상화된 모델이 만능 해결사가 될 리는 없다는 점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결국 저자 호소야 씨는 이러한 접근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지두형 다능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할 때에는 흔히 세 측면을 염두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운을 떼고 있다:

 

  1. 지식력 및 기억력: '박식하다'라고 하듯이 폭넓은 지식을 접하고 기억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2. 대인 감성력: '재치있다', '센스있다'라고 하듯이 분위기를 재빨리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3. 지두력: 위에서 설명했듯이 당장 세부지식이 없더라도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지식력과 기억력은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다.

당장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기술 발달로 인해 분명한 문제의식과 정리, 검색의 노하우만 있으면 정보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세상에서는 문제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일률적인 지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한 번 습득한 지식에 자꾸 의존하여 생각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새롭게 튀어 나오는 문제들에 적응할 수 없고, 곧이어 그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인재에게는 기존의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증폭시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두력'의 개발이

더더욱 긴요하다는 것이 호소야 씨의 주장이다.

 

 예로부터 지식의 단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는 이야기과 통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두 번째의 대인 감성력은 다른 사람들의 감성까지 접근하여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세상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낸다고 해도, 이것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행동으로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찻잔 속의 지성에 불과한 것이다. 그만큼 대인 감성력도 여전히 강조되어야 할 핵심 능력임이 분명하다.

 

 

대인 감성력과 지두력이 결합된 인재가 바로 '지두형 다능인(versatilist)'이다.

 

이런 지두형 다능인은 변화하는 업무 현장에 널린 정보를 모아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고, 이것을 동료들에게 전달하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의 촉매'로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의 전통적 기업 —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 은 지식·기억력(1)과 대인 감성력(2)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단 회사나 업계의 업무사정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거기에 사내인맥을 잘 구축하고, 상사의 감성을 건드리며 능란한 정치를 펴고, 비지니스 현장에서 고객의 분위기도 잘 맞춰야 한다.

 

그러나 변화된 사회에서 보다 창조적 기업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두형 다능인재 발굴에 초점이 옮아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한 기업에서 주구장창 말뚝 박고 터줏대감으로 행세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올라가며 어디든 조직에 지적 활기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긴요해진다.

 

주간 도요게이자이의 기사는, 일본에서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경력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두형 다능인재에 대한 수요와 맞물려있다는 해석을 펴고 있다.

 

 

자, 일부만 발췌했지만 '지두력'과 '지두형 다능인'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어찌보면 이제껏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제기되어왔던 이야기를 다른 그럴싸한 포장지로 장식했다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우리가 중요성을 인지해오면서도 막상 이런 능력의 체계적 개발에는 덜 신경을 써온 것도 사실이다.

 

홈지기의 직장이 강남역 쪽에 있어서 그런지 수많은 지식장사 — 각종 외국어 학원과 편입학시험 학원 등 — 의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커피숍마다 영어책 펴 놓고 놀랄만큼 유창한 발음으로 대화하는 수많은 학생들도 보고 있다.

 

하지만, 저런 자기 계발의 시간 가운데 이런 '지두력' 강화를 위한 스스로의 고민에는 얼마만큼을 할애하고 있을까?

 

당장 홈지기 스스로도 각종 문서 양산에 들이는 시간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더 치열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으로 납득시키고자 고민하고 있을까?

 

최근의 민감한 시사현안을 차분히 복기해 보면 더욱 그러한 의문과 아쉬움이 남고는 한다.

그럴듯한 정보가 있으면 그걸 그대로 복제하여 퍼뜨리고 한 마디씩만 거드는게 네티즌과 블로거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한게 아닌가 싶다.

 

 다른 이의 의견과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과 의제를 설정하고 논리적으로 추론해가는 모습들은 얼마나 보였을까?

또한 거기서 더 나아가 글을 읽는 이들의 감성까지 접근하면서 차분히 설득하고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모습은?

 

 우리는 새로운 지식 창출의 촉매가 아니라, 단순한 거품 형성의 촉매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홈지기도 예전 학창 시절에 글만 한참 쓰다가 시위 현장에 나가서는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시위 분위기에 어쩔줄을 몰라 허둥대던 기억들이 난다.

 

 그 때 스스로 고민한 지식이 부족함을 느꼈고 남을 헤아리는 감성이 부족함을 느꼈었다.

요즘 심정도 그러하다. '지두력'의 상업적 측면을 비판하기 전에 홈지기 스스로 부족한 '지두형 다능인'의 능력을 다듬는데 노력해야겠다는 느낌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