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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방/드라마·영화

[인터뷰] 멜로 드라마 - <케세라세라> 김윤철 감독 (Ver. No cut)

 

 

 

 

강명석 : 방송 끝나자마자 저희가 너무 무리한 요청을 한 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김윤철 : 아...그래도 여진이 남았을 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강명석 : 네, 정말 저도 그렇고 <케세라세라>의 많은 팬들이 굉장히 여진이 많이 남아있는 거 같아요. 마지막회가 끝나고나서 굉장히 많은 곳에서 기사가 나오고 팬들이 계속 감상문을 올리고...


김윤철 : 그런가요?


강명석 : 예. 굉장히 이상해요. 저도 봤을 때보다 보고나서 더 여운이 많이 남아서... 감독님은 지금 어떠신가요?


김윤철 : 일단 뭐.. 너무 졸려서요 (웃음) 아까 택시에서도 졸아가지고 (웃음) 뭐, 생각처럼 된 부분도 있구요. 안 된 부분도 많아서 생각이 많아요. 촬영내내 생각이 많았고, 지금도 생각이 많고. 보통 끝나면 홀가분한데 이번엔 굉장히 생각이 많아요. 물론 촬영할 때 다 고민하는데 이번만큼 생각이 많았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강명석 : 시청자들도 그런 거 같아요. 처음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얘기였구나 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입장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특히 인터넷에 해피엔딩이 아니라 환상이라는 게 더 강조된 대본이 올라오면서 더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감독님은 어떤 입장에서 촬영하셨나요?


김윤철 : 음... 그게 문자적으로 보면 이 모든 것이 환타지가 아닐까라는 쪽으로 조금 더 해석이 가 있는데... 그런데 제 생각은 오히려 반대로 해석을 하고 연출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보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강명석 : 저는 개인적으로 현실인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한시기를 지나고, 그게 꼭 은수가 아니더라도 태주가 이제 실수 안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달까... 그런 묘한 느낌이 들어서.


김윤철 : 예 그렇게 볼 수 있죠. 처음에 정유미씨하고도 그런 얘기 했었어요. 이 드라마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러니까 연애를 잘하는, 연애 선수인 남자 강태주가 처음 연애하는 여자 은수에게 사실은 연애하는 법, 사람을 좋아하는 법, 사랑하는 법을 오히려 배우는 드라마가 아닌가 그런 이야기 아닌가 얘기했는데 그렇게 읽혀졌다면 위안이 되는데요? (웃음)


강명석 : 예, 정말 은수는 그래도 좀 덜하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사랑할줄 모르는 아이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격렬한 한 시기를 지나서 사랑같은 거 관념적으로 믿지 않았던 아이들이 사랑이 얼마나 좋은 거고 포기하지 않는 건지 알았다고 해야하나.. 특히 그 장면이 너무 재밌었어요. 태주가 지수한테 병원에서 넌 나이에 비해 순정이 너무 없어라고 하는 부분이요. 그게 꼭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김윤철 : 순정이 부족하다는 부분이요? 네 그렇죠 (웃음)


강명석 : 그런데 이건 제 개인적인 감상인 거고, 다른 팬들은 또 다른 감상이 많으신 거 같아요. 팬들의 글을 읽어보셨나요?


김윤철 : 전 개인적으로 그렇게 많이 읽진 안해요. 제가 일단 인터넷 세대가 아니라서.. 후배 디렉터들을 보면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모니터도 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런 편은 아니구요. 그런데 제가 편집하는 편집자가 젊은 친구여서 그 친구가 모니터 하고 전해주는 얘기들은 있어요. 지난 에피소드는 이런 반응들이 있었다 이런 거. 그런데 제가 직접보진 않아요. 일단 촬영할 때는 시간이 없어서


강명석 : 예. 그런데 <케세라세라>는 재밌었는게 팬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모두 다른 해석을 내리는 거 같았어요. 보통 드라마들은 보다보면 이런 이야기다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이상하다, 별로다 이러는데 <케세라세라>는 단점을 인지하는 상태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거 같았어요.


김윤철 :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면.. 장르를 떠나서요. 다면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건 즐거운 일인데, TV드라마, 특히 제가 볼 때 가장 상업적인 장르인 미니시리즈에서 그게 과연 미덕일까 싶은데요? (웃음) 그런데 실제 작업하면서 작가와.. 특히 정유미씨하고 그런 문제에 있어서... 조금 다른 측면이긴 한데 얘기가 많이 있었어요. 어떤거냐 하면, 예를 들면 정유미씨 같은 경우는 TV 연기가 처음이고, 그러니까 TV에서는 클로즈업이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유용한 도구이면서도 가장 관습화됐기 때문에 자제해야 하는 도구인데. 그래서 양면의 칼같은 부분이 있지만 어쨌든 써야하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제가 앵글을 이야기하면 정유미씨는 굉장히 힘들어하고 불편해 했어요. 영화에 비해서는 굉장히 많은 클로즈업을 쓰니까. 그래서 표정으로 클로즈업으로 설명을 해야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왜 그걸 왜 그걸 꼭 표정으로 표현해야 하는 건지 몸짓으로 표현해야 하는 건지 공간으로 표현해야하는 건지.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해줬죠. 매체의 특성상 단순하고 강렬한 표정이 때론 필요하고 그게 슬픔인지 기쁨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물론 저도 설명하면서도 잘못하면 배우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TV 드라마에서는 그런 부분도 분명히 필요하니까요. 물론 도식적이고 관습적으로 해달라는 뜻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정유미씨를 캐스팅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들이 있었죠. 그래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애를 썼었죠. 이게 슬픔이라면 어떤 종류의 슬픔인지 이게 과연 슬픔으로만 해석이 될 것인지.. 그래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아마 그런식으로 해석 될 수 있었겠죠. 저 샷, 저 시퀀스가 꼭 슬픔만을 얘기하는 건지 저게 꼭 태주의 분노만을 표현하는 건지. 도현정 작가하고도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가 많았어요. 저같은 경우는 도현정 작가에게 감정 지문을 넣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어요. 궁극적으로 저는 그런 부분은 배우가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 곳에 감정 지문을 쓰면 배우의 상상력을 뺏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끌어들였다

 

 

 

 

 

 

 

 

 

 

 


 

강명석 : 그런데 아까 TV이기 때문에 감정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하셨지만, <케세라세라>는 다른 드라마들보다 훨씬 많이 비워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를 묻어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표정 하나만 해도 이규한씨가 굳은 표정으로 조명의 명암으로만 그 사람의 모든 걸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명한다기 보다는 영화적으로 많은 걸 보여주기만 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김윤철 : 이규한씨같은 경우는 굉장히 세밀한 표정 연기가 가능한 굉장히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지난번에도 같이 하긴 했지만 정말 표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사실 10부 넘어가면서 굉장히 많은 대사 씬들이 들어가서 그랬을 때 배우들 중심으로 컷을 짜게 돼서 배우의 표정 연기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굉장히 잘해줘서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아까 하시던 말씀을 생각해보면 그런데 그게 불친절하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주로 50대 이상되는... 그런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불친절하다... 특히 드라마 초반에. 그런데 저는 공간의 선택 같은 경우도.. 사실은 TV에서는 조금 위험하게 공간의 대비 같은 걸 선택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불편하게 하고 불친절하게 했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물론 그걸 제가 후회하거나, 제 미학적인 판단이 잘못됐다는 건 아닌데, 어떻게 보면 가장 상업적인 최전선에 있는 장르에서 그렇게 공간을 선택하고 대비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지 않았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웃음)


강명석 : 저는 그거야말로 <케세라세라>의 진가라고 생각하거든요. 특히 17회에서 직접적으로 그 공간의 문제를 밝히셨잖아요. 태주가 회의실 앞까지 갔다가 월드 백화점 바깥으로 나갔을 때 16,17회 통틀어서 대낮의 거리를 보여주셨잖아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드라마에서 저 정도까지 나갈 수 있다는 게 놀랐어요. 야외가 안나오네, 안나오네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 장면에서 야외가 펼쳐지면서 저기까지 나아갔구나 싶었거든요. 그거야말로 시청률의 문제를 떠나서 그런 선택을 하신 것 자체가 지금 멜로드라마에서는 필요한 부분 아니었나 싶었어요

 

 

 

 

 

 

 


김윤철 : 초기에 제가 그 신세계 백화점 계신 분에게 항의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월드 백화점의 화려한 매장과.. 그런 것들이 나와야 하는데 창고라든가, 고객으로서 별로 들어가 볼 수 없는 공간이 나오니까 그쪽 분들이 굉장히 당황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안쪽 공간, 보이지 않는 공간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낙원상가도 마찬가지고.. 어떻게 보면 계급적으로까지 읽힐 수도 있는데, 그런 극단적인 공간을 가져가보자.. 사실은 프로덕션 디자이너하고 그런 공간들을 굉장히 세심하게 선택을 했는데요. 그걸 유지하기가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10부 넘어가면서 그런 선택조차도 힘들어지고 부대끼니까, 그게 좀 고통스러웠어요.


강명석 : 그런 공간의 선택은 상업적인 부분에서는 찬반이 있겠습니다만, 드라마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 것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면 보통 드라마라면 차회장이 준혁이에게 비밀을 말할 때 굉장히 크게 터뜨려주고 파국으로 가고 이래야 할 거 같은데 그 부분은 덤덤하게 묻어가면서 오히려 평범한 대화에서 음악이 흐른다거나 하면서 임팩트를 더 강하게 줬던 거 같아요. 스토리텔링 이상으로 영상을 통해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김윤철 : 그게, TV자체가 아무래도 내러티브 지향적이잖아요. 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걸 새삼 느끼긴 했는데, 저는 어쨌든 그런 것들을 이미지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조금 더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지만 음악으로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사실 전 이미지보단 음악쪽에 더 쏠려 있어요.


강명석 : 곡에 쓰인 가사도 굉장히 잘 맞아 떨어지던데요.


김윤철 : 작업할 때 음악작업하고 컨셉을 가져가는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그렇게 표현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내러티브 중심이긴 하지만.. 저도 그걸 인정하지만, 그래도 그걸 이미지나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는 게 디렉터가 아닌가 싶구요. 그런 관점에서 지난 번에 했던 미니시리즈보다 이번이 조금 더 그쪽으로 끌어내려고 애를 썼어요. 그 때는 내러티브가 더 분명히...그 때 인터뷰에서 얘기했지만 내러티브가 더 중요하다고 말도 했고, 내러티브를 정교하게 짜기로는 그 때가 더 정교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음악이나 이미지쪽으로 좀 더 끌어내려고 했죠.


강명석 : 음악에 흐르는 감성이 굉장히 일관됐어요. 개인적으로는 그냥 이미지적으로만 설명하면 도회적인 밤을 그리는 것 같았는데요.


김윤철 : 음악에 대해서는 처음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요. 음악감독이 클래식을 전공했던 사람이고, 저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인트로만 해도 우리가 처음 얘기했던 게 필립그래스의 음악이었어요. 반복적이고 미니멀하기도 하고... 실제 작업에 들어가서는 아주 도시적인 음악들, 아니면 퓨전재즈같은... 그러니까 밤 음악들이죠. 거기서 출발했던 거 같아요.


강명석 : 음악말고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서 <케세라세라>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카메라 무빙이었던 거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극단적으로 보일 정도로 스테디 캠을 쓴 카메라 무빙을 많이 보여주셨는데요. 의도하신 부분이 있다면.


김윤철 : 그건 10부 이전까지 유효한 얘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0부 이후로는 솔직히 말씀드려서 카메라를 움직일 시간이 얼마 없었어요. 그래서 되게 고통스러웠었는데.. 10부 이후까지는 일주일에, 정확히 말하면 6일이죠. 편집 시간으로 6일동안 120분을 찍어야 되니까 그 때부터는 카메라를 움직이려면 순간적으로 수십 번 고민하죠. 여기서 카메라를 움직이면 조명하는 데 두시간 리허설하는데 30분, 그 시간이면 세 씬을 찍을 수 있는데, 네 씬을 찍을 수 있는데 잠을 한시간 더 잘 수 있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니까 10부 이후로는 그런 부분들이 아쉽고... 10부 이전까지는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한 거 같아요. 10부 이전까지는... 제가 원래 스테디 캠을 기본 장비로 쓰니까요. 그리고 오퍼레이터를 별도로 쓰고. 그리고 이번에는 촬영 감독 시스템으로 가보자.. 그래서 빛과 색과 프레임 전체를 통제하는 촬영 감독이 따로 있고, 오퍼레이터는 따로 있고.. 결국 10부 이후로는 같이 하게 됐는데... 그런데 제가 스테디 캠을 쓰는 이유는 비쥬얼적인 측면보다는 연기의 측면이 더 커요. 배우들의 어떤 동선이나 감정선을 인위적으로 끊고 싶지 않아서 갈 수 있을 때까지... 에너지가 떨어져서 못가면 못가지만, 그걸 제가 스스로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아서 제가 쓴 부분인데, 비춰지기로는 카메라의 움직이 다이내믹 하다보니까 비쥬얼의 부분으로 읽혀지는 데.. 그건 의외의 효과 같고. 그보다는 배우의 감정선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서 가져가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그게 워낙 거의 360도를 커버하기 때문에 일단 조명 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요. 특히 밤씬 찍을 때는 세시간 네시간씩 조명을 하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스탠드에 조명을 달 수 없어요. 제가 카메라를 계속 끌고 다니니까. 그래서 천장에 다 매달아요. 그걸 조명팀은 공사한다고 표현하는데, 세시간 네시간 천장에 조명을 매달아야 하니까. 그렇다고 인물 조명을 안할 수는 없고. 그래서 조명하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 그걸 극단적으로 그 때보다 더 끌고 가보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까 테이크가 길어지고 클로즈업은 더 절제하게 되고. 그 효과가 나타났는데, 저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만족하구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점은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그 형식적인 시도나 실험은 저로서는 극단적인데까지 나아간게 있거든요. 그래서 의도는 그걸 극단적인데까지 나가려고 하는게 있었어요. 그리고 사이즈의 경우에는 미디엄 샷을 써봤어요. 우리나라나 일본은 풀샷이나 클로즈업을 많이 쓰는데 미국 드라마들은 가슴이나 엉덩이 아래나 무릎선에서 자르는 샷들을 메인 샷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미디엄 샷의 장점은 공간과 인물들의 그런.. 클로즈업까지는 아니지만 정서적인 정보를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는데, 그런데 TV에서는 그게 아직 불편하게 보는 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강명석 : 그런 샷들의 경우엔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볼 수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김윤철 : 예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대로 배우의 감정적인 정보들과 함께 뒤에 있는 사물의 배경이나 빛과 색감까지 모두 조절해야 하니까. 그런데 과연 그런 샷들을 썼을 때 그게 어느정도까지 읽혀지나 싶은 부분이 있어서. 네 명이 연애하는 법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잘 안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강명석 : 실내하고 야외촬영에 있어서, 실내가 인공적인 느낌을 많이 줘서 그런지 가끔 나오는 야외 씬이 굉장히 임팩트있게 느껴지긴 했어요.


김윤철 : 프로덕션 디자이너하고 처음에 컨셉을 잡을 때 굉장히 인공적으로 가자고 했어요. 특히 혜린이네 집이나 서재같은 경우에..


강명석 : 혜린이네 집은 세트였죠?


김윤철 : 네. 그렇게 인공적인 세트는 요즘 많이 없을 거에요.


강명석 : 예. 완벽하게 꽉 짜여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공적인데 규모가 너무 커서..


김윤철 : 한 400평 정도 됐죠.


강명석 : 헉.


김윤철 : 예. 그게 디테일을 좀 더 극단적으로 끌고 가려고 했는데 여건상 조금 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아쉽죠. 끊임없이 거기 놓인 거울들의 위치라든가 소품의 조화라든가, 혜린이 방같은 경우에는 극단적인 붉은 조명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강명석 : 아까 말씀하신 미디엄 샷에서 나오는 공간과 인물이 주는 디테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었던 거 같아요.


김윤철 : 예. 그리고 내러티브의 경우에 있어서도 생략과 비약이 많은 구조였거든요. 요즘 많이 얘기하는 점프씬 개념이라고까지도 할 수 있는데, 보통 말하는 시간이나 공간이나 그런 행위의 정합성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하고 만나야 하고. 그런데 저하고 도작가같은 경우엔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뛰어넘어보자... 둘이 연인이면, 약속안해도 그냥 다음날 까페에 앉아 있으면 안되나? 그런 것들이 미세한 감정선만 연결되면 전후좌우, 시간과 공간이나 이런 정합성이랄까 인과관계를 쳐내고 가보자 한번. 그런 것들이 지나친 우연의 남발이라든가, 개연성이 없다는 비난이 초반에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런것들이 철저하게 내러티브 중심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익숙한 분들에게는 무리한 시도였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강명석 : 그런데 내러티브에 있어서 <내 이름은 김삼순>은 전형적인 설정 안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런데 <케세라세라>는 영상이나 대사같은 경우는 굉장히 함축적이고 진보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내러티브 자체는 의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전형적인 요소들이 모두 모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그걸 모르실리는 없으실텐데 왜 그런 전형적인 요소들을 내세우셨는지.


김윤철 : 사실 소재의 측면으로만 보면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란 클리셰는 다 끌어들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지금 반성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그걸 다르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게 어떤 표현 방식이 됐든, 카메라의 움직임이든 배우의 연기가 됐든, 비쥬얼이든 음악이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 오만이지 않았나...특히 TV 미니시리즈에서 그건 과욕이었다는 생각을 하구요. 그런데 제가 아까 얘기했던 그런 공간의 선택의 문제라든가 미술의 문제라든가 카메라의 움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은 내러티브를 다르게 변주할 수 있는 도구들이라고 생각했었죠. 도구들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것들 사용을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일정부분 성공한 부분도 있고, 잘 안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 위험한 시도 아니었나 하는 부분도 있고...


강명석 : 제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초반에서 태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에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태주가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고, 태주의 변화가 끝까지 이어지는데 태주의 태도나 마음이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설명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윤철 : 제가 반성하는 것 중에 하나가 태주의 캐릭터가 너무 클리셰적인 부분에서 출발했어요. 뒤에서 감정적인 디테일들이 표현되면서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그게 잘 표현이 안 된 거 같아요. 그건 제가 소홀했던 부분 같고. 그런데 후반에 가면서 캐릭터와 배우가 화학 작용이 생기면서 굉장히 재밌게 작업했어요.


강명석 : 그런 전형적인 스토리 안에서 저는 굉장히 좋아했던 부분이, 사실 이 네명이 하는 행동들이... 심지어 은수까지도 좀 못되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파국으로 달려간다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따뜻하게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얘들도 지금은 파국으로 가는 것 같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이 시기를 지나면 앞으로 나아지지 않겠어? 하는. 그래서 스토리만으로 보면 다들 파국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보다보면 따뜻하게 마무리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거든요.


김윤철 : 이 드라마가 모든 사람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어요. 사실 이 드라마가 굉장히 반 사회적이고 반 가족적이에요(웃음)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즐겁게 보기에는 불편한 구석이 잠복해 있거든요. 그게 아마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드라마 중간쯤에 제가 주변 사람들한테 농반진반으로 우리 작품은 너무 반가족적이다, 이런 걸 미니시리즈로 한다는 건 직업정신이 없는 사람이다(웃음) 아직 프로페셔널이 아니다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그게 보는 사람을 되게 불편하게 했던 거 같아요. 얘네들 연애 이야기가 밝고 따뜻하고 유쾌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하도 시청률 때문에 주변에서 얘기가 많길래 1회부터 6회까지인가? 분당 시청률 표를 봤는데 재밌는게 뭐였나면, 유일하게 1등하고 있는게 20대 여자에서 1위에요. 그래서 내가 에릭 때문이다. 하하. 그런 게 배우의 공도 있겠지만 제가 볼 때는 내러티브라든가 이 작품이 주는 피드백이라든가 그런 걸 보면 기존의 가족 제도에 비춰볼 때 불편하고, 신경을 자극하는 내러티브거든요. 그래서 작가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그리고 17회에서 2년이 흘러서 세 사람이 만나잖아요. 그리고 5분을 아무 정보없이 까페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뭐 좋아한다는 소리도 없고 너 뭐했냐 어떻게 살았냐 이런 얘기로 5분을 보내는데 사실은 그런 거 하면 안되거든요(웃음) 그런데 배우들하고 저는 너무 재밌었어요.

 

 

 

 

 

 

 

 

 

강명석 : 그거에 대해서 어떤 팬이 시청소감을 올리기도 했던 걸 기억해요. 연애란 게 다 그런 거 아니냐고. 그 때는 죽을 듯이 힘들었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그렇게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김윤철 : 그런 거죠. 둘이 죽니 사니 했는데 2년 뒤에 만나서 너 이벤트 회사에 다닌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고... 그러는데 저한테는 그게 굉장히 좋았어요.


강명석 : 그게 있어서 <케세라세라>의 후반에 방점이 찍히지 않았나요?


김윤철 : 하지만 드라마에서 그런 거 하면 안되죠 (웃음) 자살 행위죠(웃음)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그런 걸 하면 반 사회적이죠 (웃음)

 

 

“<케세라세라>는 더 뻔뻔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드라마다”


강명석 : 앞으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멜로드라마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요즘 멜로만 다루는 드라마들이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요. 감독님이 생각하는 멜로 드라마의 방향이 있으시다면.


김윤철 : 글쎄요, 본래 생각엔 그랬어요. 멜로드라마라는 게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통속적인 연애 이야기, 조금 더 나아가면 가정 비극? 그런데 통속적이고 감상적인 게 중요한데, 제가 보기엔 <케세라세라>는 통속적이도 못했고 그렇게 감상적이지도 못했다는 데 반성하고 있어요. 더 그렇게 갔었어야 하지 않았나. 제가 그러질 못했다는 거죠. 더 뻔뻔하게 많은 사람들하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정서적인 코드들이 많았는데, 결국은 내가 내 것만 챙긴 것 아닌가. 내가 더 오픈 돼 있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닌가 사실은 저는 그런 생각을 해요. 다른 사람들은 너무 통속적이지 않았나, 감상적이지 않았나 말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구요. 장르 자체의 멜로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연애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다른 장르 드라마보다는 연애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요. 누구 말을 빌자면 멜로 드라마 아닌 드라마 없죠. 어떤 드라마건 연애이야기 사랑 이야기 들어있고. 오히려 문제는 새롭고 정교하게 하지 못한 거 아닌가. 그런 반성을 많이 하고 있죠. 앞서 말씀드린 극단적인 형식의 실험에 제가 지나치게 에너지를 뺏긴 것 아닌가. 새로운 시도는 이야기에서 먼저 출발했어야 했는데 제가 과도하게 스타일의 시험에만 에너지를 쓴 것 아닌가. 물론 말씀드릴 수 없는 디테일한 소득과 성취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강명석 : 그러면 앞으로 어떤 멜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으세요?


김윤철 : 평소에는 작업하느라 못보다가 17회를 처음으로 본방으로 봤는데.. 앞으로 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거 같아요. 보통 때는 작품을 다시 보지 않는데 이번에는 보면서 좀 반성을 해야할 거 같고, 몇 년 자숙의 시간을 가져보려구요 (웃음)

 

 

 

 

 

인터뷰 / 정리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