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우면서도 남성적이고, 샤이한 듯 젠틀한 ‘다각면체’ 강동원이 디올 옴므의 봄, 여름 컬렉션을 만났다. 글램 룩과 로맨틱 룩의 믹스 앤 매치, 그리고 완벽한 피사체 강동원!
눈동자에서 별을 발사하는 꽃미남이 꼭 끼는 의상을 입은 채(디올 옴므의 2006 봄, 여름 컬렉션의 샘플 의상만이 파리에서 긴급 공수되었다)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서 있다. 엉덩이를 공중부양한 자세로 그를 올려다 보며 가당찮은 질문이나 내뱉는 내게 강동원이 말한다.“차 한 잔 하시겠어요?” 그의 목소리에 기절하는 계집애들도 아닌데,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친절한 사나이는 테스트 컷을 확인하는 막간의 인터뷰를 밀어둔 채 ‘피사체’로 돌아간다. 스키니한 블랙 수트를 입고 촬영대 위로 올라가자 공기조차 칼날 같아진다. 손가락 두 마디 너비도 안 되는 얄팍한 칼라의 재킷과 ‘드레인파이프(Drainpipe)’란 이름 그대로 지붕 물받이처럼 가는 팬츠! 강동원의 몸을 감싼 천 조각들은 샤프하고 섹시한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아는 사람, 되는 사람만 입는다는 ‘애간장 태우는’ 의상을 ‘애간장 태우는’그가 입고 서 있다.
“고개 숙여볼래요? 뒤로 한번 돌아볼래요?” 사진가의 주문에 따라 그는 ‘강동원표 게으른 포즈’를 취한다(모델 시절에도 강동원은 폭이 큰 포즈나 표정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1mm 단위로 움직이는 표정의 변화를 뒤쫓아 가고 있을 즈음, 강동원이 목 부러진 백자 주병처럼 고개를 꺾자 묘하게도 짓무른 슬픔 같은 게 달려든다. 저 눈빛만으로 강동원은 팬시 영화 <늑대의 유혹>을 2백만 고지로 끌어올렸다. 셈이 빠른 영화 <늑대의 유혹>은 조한선보다 강동원을 자주 클로즈업했고, 강동원으로 하여금 자주 눈물을 흘리게 해 소녀들의 티켓 파워를 끌어올렸다. 강동원이 이청아의 우산으로 들어와 살인미소를 짓는 장면에서는 극장이 콘서트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프 셔츠에 레드 컬러의 서스펜더를 두르고 다시 등장한 강동원.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예의 귀여운 자태가 마구 비친다. 파인더를 통해 들여다본 강동원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코를 가졌다. 저 조각 같은 콧날의 넘치는 매력을 여성스러운 턱선으로 아우른다. 쌍꺼풀이 없는 오른쪽 눈은 강인해 보이고, 쌍꺼풀이 있는 왼쪽 눈은 어린애의 그것처럼 연약하다. 조막만한 페이스 라인이 디올 옴므 수트와 맞닿자 브리티시 모즈 룩의 무드가 물씬해진다. 이 사나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작은 얼굴의 볼살을 줄이겠다고 경락 마사지를 받고 있다. ‘역시 있는 사람들이 더해’ 탄식할 즈음 강동원이 말한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선 제가 사형수예요. 엄마는 도망 가고, 동생은 죽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그러다 세 사람을 살인한. 삶의 신산함이 얼굴에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표정을 만드는 한편, 연극 배우 신용옥에게 맹렬하게 연기 수업을 받고 있다. 타의에 의해 죽음을 준비하는 사형수의 간난신고를 연기하기 위해. 그러고 보니 그는 모델 출신 배우다. ‘출신 성분’ 상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간 연기력이 문제가 되곤 하는. 실제로 김남진, 김민준은 불안한 대사 처리를 분위기로 만회하는 인상이 짙고, 10년 경력의 송승헌도 ‘연기력’에서 큰 점수를 받진 못했다. 이들에 비해 강동원은 똑똑한 ‘성공의 공식’을 밟고 있다. 초기에는 적은 양의 대사와 분위기로 좌중을 사로잡은 뒤 로맨틱 코미디에서 유연함을 체득하고 있다. 쉬면서도 CF로 ‘상기율(Recall)’을 높이는 전략도 구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게 분명한 사형수 역할이 있다.
이번엔 현란하게 반짝이는 실버 컬러 팬츠와 가죽 점퍼다. 그 독특한 라인이 자아내는 성적 애매모호함이란! 힙에서 허벅지, 종아리, 발목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바람 들어갈 틈이 없다. 저 슬림한 룩 때문에 칼 라거펠트가 40kg을 감량하고 ‘드디어 입었다’고 기뻐했다는 할리우드식 일화가 나돌았던 것인가. 글램 룩과 로맨틱 룩이 믹스매치 된 저 근사한 의상에 니콜 키드만, 세실리아 딘 같은 여자 패셔니스타들이 환호한 것인가. 재킷, 셔츠를 망라한 상의류의 어깨가 세련된 피트로 마무리된 디올 옴므는 강동원의 길고 가는 체형과 완벽하게 조화된다. 그동안 공식 석상마다 강동원은 디올 옴므 컬렉션을 입고 등장했고, 젊은 남자들의 로망으로 만들어버렸다. “한국에서 저런 옷을 주저 않고 입을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될까.” 사진가가 경탄하자 강동원이 받아친다.“옷을 입기 위해 라거펠트처럼 다이어트 할 필요는 없어요. 근육질의 사나이에게 디스퀘어드가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것처럼, 나같이 슬림한 사람에겐 이런 룩이 어울리는 것뿐이에요.” 라프 시몬스나 언더커버, 넘버나인같이 슬림한 브랜드를 사랑한다는 이 남자. 디올 옴므의 한국 런칭 전에는 일본까지 달려가 의상을 골라오기도 했다는 패셔니스타. 취향을 까다롭게 골라내고, 추스를 줄 아는 육감적인 매너를 지녔다.
마지막 컷. 어깨선을 과장하지 않은 라인이 짧은 수트 길이와 만나 ‘디올 옴므 효과’가 극대화된 수트를 입고 강동원이 서 있다. 여성적인 피트가 인상적인 남성복 라인의 절정! 게다가 저 날렵한 뒷모습이라니. 패션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완벽한 라인이라는 평을 받았다는 힙 라인이다. 보고 있자니 슬며시 몸이 더워진다. 여운도 잠시, 과묵한 사나이는 눈인사만을 찡긋거린 채 지옥에서 도망 나온 박쥐처럼 스튜디오를 떠났다
<보그 코리아>에디터 / 최혜경
<보그 코리아>스타일 에디터 / 이정금
헤어 / 김정한
메이크업 / 고원혜
의상 / 디올 옴므
출처 : 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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