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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끌시끌방/뉴스

[기사] 사생팬, 안방순이 , 공방순이

[사생팬의 하루] "오빠! 미안해요, 사랑해요"…그들은 어떻게 사생이 됐을까? (종합)
 
 
 

 

 

[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우리 오빠들의 개인 생활이 저같은 팬들로 인해 없어졌다는 건 미안해요. 가끔은 심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죠. 그렇지만 사생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오늘 봐도 내일 또 보고 싶고…, 너무 좋아하니까요"

저희들은 열혈 사생팬입니다. 처음에는 동방신기, 빅뱅 등 아이돌 가수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2년 전 CD를 구입하면서 시작한 팬생활이 어느새 오빠들을 따라다니는 일로 바뀌어 있더군요.

사실 그전까지 스타들은 가깝고도 먼 존재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오빠의 작은 표정 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는 정도가 됐죠. 오빠가 웃으면 나도 웃고 오빠가 울면 나도 울고…. 이제 사생은 선택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됐답니다.

우리들이 처음 만난건 인터넷 팬사이트를 통해서였어요.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 달랐지만 한 그룹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때문에 짧은 시간에 친분을 쌓을 수 있었죠. 물론 나이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달랐지만 정보를 공유하면서 금새 마음이 통했어요.

저희는 일주일에 적어도 2~3번은 오빠들의 집을 방문합니다. 이 뿐이 아니에요. 음악 방송, 콘서트, 시상식, 음식점, 카페 등 오빠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운이 좋은 날은 하루에 몇 번씩도 오빠를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얼굴조차 못보는 날도 허다하답니다.

그래도 사생은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일과랍니다. 오빠를 만날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좋아하는 스타의 뒷모습이라도 한 번 볼 수 있다는 것이 제겐 큰 행복이거든요. 스타보다 더 바쁜, 때론 기자보다 더 많이 아는 우리들의 울고 웃는 사생 스토리, 한번 들어보실래요?

 

 

 

 

◆ "안방순이에서 사생으로"

누구나 한 번쯤 가수를 좋아한 경험이 있을거에요. 저희들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답니다. TV에 나오는 오빠들의 모습을 모니터하고, 팬카페에 가서 스케줄을 확인한 뒤 응원글도 남기는 그런 일 말입니다. 아, CD를 구입하는 것도 포함되겠네요. 한 마디로 모든 팬 활동을 방안에서 했던거죠.

그런데 모니터로만 오빠들을 보다보니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팬카페를 통해 스케줄을 확인한 뒤 몇몇 친구들과 함께 방송국으로 향했죠. 음악 프로그램 생방 녹화가 있는 날이었거든요. 오전 10시부터 줄을 선 끝에 드디어 녹화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오빠들의 공연. 6시간의 기다림과 4분의 만남. 그래도 그땐 마냥 좋았죠.

그러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무실이나 미용실, 집 앞으로 가면 오빠들을 더 자주 볼 수 있단 사실을요. 하루종일 기다리다 무대 위에 선 오빠의 콩알만한 얼굴을 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란 사실을 알게됐죠. 게다가 운 좋으면 오빠의 평상시 모습도 볼 수 있고, 또 쌩얼도 볼 수 있고. 제게는 신천지와 같았습니다.

오빠의 일거수 일투족이 올라오는 사생 블로그가 있는데 거기서 일정을 확인하고, 오빠들의 숙소와 자주가는 미용실 등을 확인했죠. 그리고 친한 친구와 함께 무턱대고 갔는데…. 헉, 저 말고도 오빠를 기다리는 팬들이 10여명 있더군요. 그리고 잠시 후 오빠의 밴이 등장.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죠. 운 좋으면 살짝 웃어주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저의 사생 생활은 시작됐습니다.

 

 

 

 

◆ "사생의 기본단계, 공항치기"

공부하랴, 쫓아다니랴, 일주일이 바쁘겠다고요? 그건 그 때 그 때 달라요. 방학 때는 저처럼 중·고등학생 사생이 많은데 개학을 하고 나면 대학생 사생과 직장인 사생이 많아요. 대학생과 직장인도 오빠를 쫓아 다니냐고요? 저희보다 더 잘 뛰어요(사생팬은 쫓아 다닌다는 말을 뛴다고 표현했다). 개인차를 가지고 있는 언니들도 많고, 아무튼 기동력이 되니깐 훨씬 빠릅니다.

방학 때는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일주일 내내 오빠를 쫓아다니기도 했어요. 요즘은 수업때문에 주말만 겨우 다니는 정도죠. 만약 사생을 하면 어떻게 쫓아다니냐고요? 동방신기 오빠들을 예로 들어 볼께요. 만약 오빠들이 공연 때문에 일본으로 출국하는 날이면 오전 7시 숙소로 달려갑니다. 숙소에 가면 사생팬 20여명은 이미 모여 있어요.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오빠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죠. 시아준수 오빠는 보기와 달리 너무 소탈해요. 목욕탕 슬리퍼같은 걸 신고 나올 때도 있어요. 그렇게 오빠들이 밴에 올라타고 공항으로 향하면 우리는 대기해 놓은 사택(사생택시의 약자. 시간당 3만원을 받고 사생팬을 태워 스타를 쫓아가는 택시를 말한다)을 타고 쫓기 시작합니다.

이미 봤는데 왜 또 따라가냐고요? 저도 모르겠어요. 신기한게 보고나도 1시간이 지나면 또 보고싶은걸 어떡해요. 게다가 한번 출국하면 며칠은 못보니깐 가기전에 계속 봐야돼요. 물론 공항에서는 경호원에게 엄청 욕을 먹기도하죠. 하지만 괜찮아요. 오빠들의 뒷모습을 한번 더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위안이 됩니다.

 

 

 

 

◆ "스케줄 없는 날도 문제 없어"

스케줄이 있는 날은 솔직히 쉬워요. 숙소 앞에 있거나 헤어샵 앞에 있으면 거의 90% 만날 수 있어요.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볼 수 있냐고요? 운이 좋아야죠.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에요. 오빠들이 잘가는 카페나 식당을 알고 있으면 가능해요. 거의 가는 단골집이 정해져 있거든요.

예를 들면 동방신기 오빠와 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있어요. 그 앞은 언제나 팬들로 북적되죠. 물론 매일 오진 않죠. 하지만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겁니다. 얼마전 한 오빠가 또 다른 스타친구와 함께 가게를 찾았어요. 그런 날이 대박이죠. 그래서 무작정 기다리죠. 또 언제 어떻게 나탈날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사생팬이 서로의 정보원이 되어 오빠의 움직임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서로 친한 팬들끼리 오빠가 있는 곳을 문자로 주고받죠. 물론 혼자만 오빠를 공유하고 싶을 때도 있죠. 정말 희귀한 곳에서 오빠를 봤을 때죠. 이른바 우리 세계에서 '단독'이라고 하는데, 그때는 팬들을 따돌리기 위해 '낚시 문자'를 보내기도 합니다. "오빠 지금 신사동 사거리에 있어요" 이렇게요.

아, 택시 아저씨도 정보를 줍니다. 사생팬만 태우는 사생택시죠. 그 아저씨들은 오빠들의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법니다. 그 택시를 타면 시간당 돈을 내야 되니까요. (취재 도중 마침 한 택시기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한 오빠스타의 위치를 알리는 문자였다.) 만약 돈과 시간이 돼 택시를 부르면 아저씨가 하루 종일 쫓아다녀줘요. 근데 요즘 경쟁이 치열해서 시간당 3만원까지 올랐어요.

 

 

 

 

◆ "미안하다, 사랑한다"

최근 아이돌 그룹들이 크고 작은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걱정이 늘었습니다. 우리 오빠들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죠. 여기에 '사생팬들은 자기 오빠들의 일이라면 잘잘못도 가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며 비난하는 여론도 높아져 최근 저희들의 입지도 상당히 좁아진 상태입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팬심이 오빠들을 향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사생팬들이 맹목적으로 옹호한다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물론 일부 팬들이 삐뚤어진 팬심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히려 사생팬들은 비판할 땐 확실히 비판하면서 오빠들의 롱런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사생팬을 보는 사회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생각없는 아이들, 무분별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이 큽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조차 내가 사생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나쁘다는 선입견은 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들은 그냥 가수를 남들보다 조금 더 사랑하고, 열정이 강했을 뿐이니까요.

사생을 향한 여러가지 안좋은 말들도 많고, 체력적으로 고생스러운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오빠들을 사랑합니다. 오빠들로 인해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내가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져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들의 사생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 사진 = 김용덕·이승훈·이호준·송지원기자 >

 

 

 

 

 


[사생팬의 하루] "안방순이 vs 공방순이 vs 사생"…활동 따라 팬덤도 달라요
 
 

 

 

[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팬(Fan). 누군가를 열렬하게 애호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로 특정 가수를 응원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최근에는 아이돌 가수가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팬들의 규모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이들의 활동이 팬덤이라는 하나의 고유 문화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많은 수만큼 팬들의 활동 영역도 확실히 구분되고 있다. 주로 팬생활을 해온 기간이나 나이대에 따라 응원법이 서로 달랐다. 크게는 ▲ 주로 TV나 인터넷을 통해 응원하는 '안방순이', ▲ 공개방송과 콘서트를 찾아다니는 '공방순이', ▲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 '사생'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었다.

팬들이 직접 말하는 서로 다른 활동 영역과 그들만의 팬덤에 대해 알아봤다.

 

 

 

 

◆ 안방순이 - "TV보고 팬카페 가고…"

'안방순이'. 말 그대로 집 안방에서만 활동하는 팬들을 말한다. 좋아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확인하고, 모니터 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가끔 인터넷 팬카페를 찾아 정보를 얻고, 사진을 다운로드 받기도 한다. 한 마디로 입문 단계의 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대로 따지면 주로 30대에게서 '안방순이'의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아무래도 사회적 시선이나 기반 때문에 젊은층 팬들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긴 힘든 상황이다. 대신 본방사수, 인터넷 글 업데이트 등에 능숙해 뒤에서 가수들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SS501 팬인 주부 이숙자(가명. 33세)씨는 "가수들을 좋아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큽니다. 하지만 가정도 있고, 어린 친구들과의 정보 교환도 많지가 않아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주로 TV나 컴퓨터 등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공방순이 - "공개방송, 콘서트는 내 몫"

'안방순이'가 다소 소극적인 팬 활동이라면 '공방순이'는 이보다 더 활동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공개 방송이나 콘서트 등이 이들의 주 활동 무대다. 이런 행사들은 날짜와 시작하는 시간, 끝나는 시간이 명확해 미리 계획하고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다수의 공방순이들은 10대다. 활발한 나이인만큼 가수들을 직접 보고, 현장에서 응원하는 것을 즐긴다. 이런 활동은 학업을 병행하는데도 무리가 없다. 미리 일정과 시간을 확인하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풍선, 형광봉 등 응원도구를 흔들거나 플랜카드를 만드는 것도 바로 10대 '공방순이'들의 일이다.

빅뱅 팬인 고등학생 김혜정(19)양은 "사실 고 3이라 가수들을 따라다니는게 눈치가 보일 때가 많아요. 하지만 학교 수업이 끝난 후나 주말에는 시간이 조금 나서 공방을 볼 수가 있죠. 대신 미리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은 후에 나갑니다. 기다리는 것에 비하면 공연시간이 짧지만 그래도 직접 볼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이죠"라고 말했다.

 

 

 

 

◆ 사생팬 - "미용실부터 집까지…"

사생팬은 가장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팬 활동이다. 이들은 가수들의 숙소에 직접 찾아가 기다리고, 미용실, 음식점, 회사, 공항 등에도 나타난다. 좋아하는 오빠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라도 따라 간다. 이들 때문에 가수들이 살기도 혹은 죽기도 한다고 해서 '사생팬'이다.

사생팬 중에는 20대가 가장 많다. 대부분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중고등학생에 비해 시간도 자유롭고, 가정의 제약도 덜한 편이다. 거기다 경제적인 능력도 있기 때문에 외부활동이 많은 사생 활동에 적당하다. 물론 육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많은 지출이 많기도 하다.

동방신기 사생팬인 대학교 3학년생 정다운(가명, 20세)양은 "고등학교 때는 하고 싶어도 사생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면허도 있고, 차도 몰 수 있어 더 수월해졌어요. 시간도 있고, 돈도 있어서 아무때나 내가 원할 때 오빠들을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라며 사생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사진 = 김용덕·이승훈·이호준·송지원기자 > 

 


 

 

사생팬의 하루] "지방 콘서트, 휴게소를 노려라"…55만원 택시를 타는 까닭?

 

 

[스포츠서울닷컴 | 나지연기자] 역시 보통 일은 아니었다. 아이돌 가수들을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은. 게다가 수많은 팬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빠를 한번 더 만나고, 또 남들이 없는 사진을 찍는다는 건 엄청난 집념과 정보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모두가 승자는 될 수 없다. 사생팬도 마찬가지다. 다 똑같이 가수를 따라다니는 것 같지만 누가 더 영리하게, 누가 더 기발하게 재치와 기지를 발휘했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팬들에게 사생 중 생긴 특별한 사연과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 "창원까지 55만원, 휴게소를 노려라"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A양은 지난해 동방신기의 지방 콘서트에 맞춰 창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창원에 먼저 내려가 자리를 잡기 위해 KTX를 이용했다. 하지만 A양은 마음이 맞는 몇몇 팬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내려갔다. 총 4명의 팬이 모여 택시를 타고 내려가는데 든 비용은 총 55만원.

이는 KTX나 기차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3~4배 정도 비싼 가격. 그러나 A양이 택시를 타고 동방신기 밴 뒤를 따라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아닌 '휴게소 작전'이 가능하기 때문. 아무리 주변을 의식하는 가수라해도 4~5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를 논스톱으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2시간에 1번은 휴게소에 들려 볼 일도 보고, 배도 채워야 한다.

A양의 생각은 제대로 적중했다.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 나간 밴은 중간에 휴게소를 들렸고, 택시로 뒤따라가던 A양의 일행도 뒤이어 들어갔다. 휴게소는 숙소나 공연장 등과 달리 팬들의 경쟁이 전혀 없었다. 또한 매니저의 제재도 심하지 않다. 덕분에 A양은 준비했던 선물을 직접 전해줄 수 있었고, 옆자리에서 밥을 먹는 행운까지 얻었다.

 

 

 

 

◆ "팬들끼리도 낚시, 단독사진은 내 것"

대학생 B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SS501 숙소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개인 시간을 보내러 나온 멤버의 모습을 목격했다. 이 날 승용차를 몰고왔던 B양은 재빨리 멤버들의 뒤를 쫓았다. 결국 이들이 도착한 곳은 청담동 인근의 한 카페. 평소에도 가끔씩 들르는 장소였다.

B양을 제외한 나머지 팬들은 곧바로 따라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멤버들의 앉은 곳 가까이에 자리를 잡은 B양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있으면 다른 팬들도 이 카페에 올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얻은 조용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B양은 평소 알던 몇몇 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내용은 '오빠들 지금 신사역 근처로 간 것 같아'. 서로 정보를 공유한 많은 사생팬들은 이 문자 하나에 낚이고 말았다. B양은 자신을 제외한 팬들을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뒤, 카페 안에서 오빠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넘치도록 담았다. 기사로 따지면 단독이 성공한 날이었다.

 

 

 

 

◆ "택시기사와도 문자, 정보는 나의 힘"

"지금 XX가 압구정동 ◇◇카페에 친구랑 들어갔어."
"정말요? 아저씨 택시몰고 신촌으로 빨리 오세요"

여고생 C양에겐 특별한 문자친구가 있다. 바로 택시기사 아저씨. 택시도 그냥 택시가 아니다. 가수들의 뒤를 전문적으로 따라다니는 택시다. 이 날 사생을 하루접고 집에서 쉬려던 C양은 아저씨가 보낸 문자에 고민하다 압구정행을 결심했다. 그리고 바로 아저씨를 콜했다. 택시 아저씨가 신촌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

택시에 몸을 실은 C양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좋아하는 가수가 들어갔다는 압구정동 카페로 향했다. 이후 2시간을 기다린 C양은 오빠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날 C양이 택시비로 사용한 돈은 총 5만원. 신촌과 압구정 왕복에 웃돈까지 얹은 금액이었다.

C양은 "사실 택시비가 비싸긴 하죠. 하지만 전문적으로 가수를 따라다니는 아저씨들의 정보는 100% 정확해요. 그런 아저씨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라며 "택시 기사분들은 저같은 팬들을 태워 돈을 벌려고 문자로 정보를 흘리고, 저도 가끔은 오빠들의 행방이 궁금해 문자를 할 때도 있어요"라고 택시 아저씨와 문자 친구가 된 이유를 설명했다.

 

< 사진 = 김용덕·이승훈·이호준·송지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