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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나는방/문화·애니

[칼럼] 무심코 여자를 사로잡는 어린남자의 매력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의 커플 조합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았던 대상이었다. 희소성이 높은 이 조합은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여 갈등의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상연하는 이내 사회로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평범한 커플 중 하나 되었고, 사람들은 곧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화제가 집중되던 시기, 언론에서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어댄 덕분에 뜻밖에도 연하의 남자, 즉 어린 남자라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 별다른 어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어린 남자에 대한 시장의 잠재수요


어린 나이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동경한다. 자신이 아직 어른이 아니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인 어른의 모습을 한껏 상상하며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 어른의 나이가 되고 나면, 지나온 시간과 젊음이 얼마나 찬란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느낀다. 아이와 어른은 서로 아직 갖지 못한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로리타>나 <설국> 같은 문학 작품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어른 남자가 어린 여자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예술적으로 다루어지며 높이 평가되어 온 반면에 어른 여자가 어린 남자를 보며 느끼는 유사한 종류의 감정은 상대적으로 파렴치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래서 이 뜨거운 시장의 수요자들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언론을 통해 '줌마렐라'의 존재가 긍정적인 위치를 갖게 되자 이 수요자들은 은근슬쩍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나의 이름으로, 아들 혹은 조카 같다는 표현으로 완곡하게 의사전달을 하며 적절한 시기를 기다려 온 어른 여성들은 마침내 꽃미남 열풍이 일어나자 노골적인 자신의 시선을 마음껏 드러냈다.


쉽게 달아오르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시장
 

어린 남자의 이미지를 가장 확실하게 상품화하는 것은 방송이다. 아이돌, 가수, 연기자 외 만능 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어린 남자들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애를 쓰는 프로그램마다 빠짐없이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이들이 바로 작가 누나들이다. 

한번쯤 '오빠들(장동건, 서태지, HOT, 젝스키스, 신화, god 등)'에게 열광했던 과거를 간직한 채 어른이 된 작가들은 자신들을 스스럼없이 '누나'라고 부르는 이 어린 남자들(이민호, 김범, 동방신기, SS501, 빅뱅, 샤이니, 2pm 등)을 보며 잠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이들은 스무 살 전후의 풋풋하고 어여쁜 모습은 한창 시절 멋지고 완벽했던 오빠들과 놀라우리만치 닮았으면서 또 달랐다. 어른의 눈으로 본 그들은 아직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 하지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어른이 된 여자들은 사소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대신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린 남자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응원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랑받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기특하고 귀엽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소녀들에게는 없는, 어른 여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이자 특권이다. 덕분에 어린 남자들은 주 공략대상인 소녀 팬에 이어 누나 팬, 이모 팬, 어머니 팬을 차례차례 사로잡으며 시장을 확대했다.

비슷비슷한 또래 무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어린 남자들은 새롭게 개척한 누나 팬, 이모 팬, 어머님 팬 시장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소녀 팬들과 달리 쉽게 달아오르지 않는 그들의 애정은 여러 경험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무심코 여자를 사로잡는 어린 남자의 매력

종료된 <여걸식스>는 멋진 남자에 대한 여성의 노골적인 시선을 마음껏 보여주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여성 패널 대부분이 아줌마로 구성된 <세바퀴>의 경우, 남자 게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참여도와 호응이 천차만별이다. 공인된 꽃미남이라도 출연하는 날이면 맹렬한 관심과 칭찬이 이어진다. 

이에 대한 어른 남자와 어린 남자 반응은 확연하게 다르다. 어른 남자들은 식겁을 하거나 쑥스러워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재치 있게 타박을 하며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반면에 어린 남자들은 일단 어른 여자들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다. 그리고 잘하는 것은 낯이 뜨거울 정도로 칭찬하다가 못하는 것은 거리낌 없이 지적하며 다그칠 때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꼼꼼하게 귀담아 듣는다. 표현이 다소 직설적이더라도 애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어른이 된 남자들에게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나이가 먹을수록 고집스러워지는 연상의 남자들에게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행동이다. 그래서 어른 여자들은, 특히 이미 가정을 이루어 어른 남자에 대한 환상이 확실하게 깨진 아줌마들은 어린 남자들이 더욱 어여쁠 수밖에 없다.

사실 어린 남자는 결코 금기의 요소도 아니고, 낯선 존재도 아니다. 유구한 역사에서 어여쁜 얼굴에 귀여운 성격으로 사랑받은 어린 남자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어린 남자라는 단어가 주는 불온한 느낌 때문에 새로운, 적절한 표현이 필요했다. 그래서 꽃미남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어린 남자를 꽃미남으로 바꾸어 사용하자 확실히 거부감이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꽃미남'이라는 막강한 경쟁력을 가진 아이템은 여전히 8할 이상 어린 남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꽃미남이라는 시장을 유지하는 거대한 수요의 대부분은 어른 여성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꽃미남 애호 칼럼니스트 조민기 <U>gorah99@nate.co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