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말이 필요없다>
그렇다. 주지훈은 소위 "날리던 모델" 이었다.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야외와 셋트 촬영까지 마치고 오는 그의 눈빛만 피곤하지 않다면 자정의 촬영
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앞에 성큼 날.아.오.듯.이 선 주지훈.
정말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만약 "프로페셔널함"이라는게 눈에 보인다면 딱 거기 있었을 거다.
각도를 아는 숙련된 모델의 끼와 표정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배우의 감이 합쳐져 나온 그 "프로페셔널
함"을 잡아내기 위한 포토그래퍼의 손가락은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주변가득 퍼지는 리사 오노의 목
소리. 웃으라는 주문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듯한 그의 표정.
하, 재미있는 것은 그의 촬영을 지켜보던 카메라 뒤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아무말 없이 흐뭇하게 웃
고 있더란 거다.
<이 청년, 말이 고프다>
벌써 한 달 넘게 매일 2시간 반 정도 자는게 전부.
바로 하루 전날 결정되는 스케줄에 따라 매일 촬영이 종일 진행되다 보니, 밀려드는 인터뷰를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 인터뷰 되게 좋아해요~" 슥슥 풀어내는 단어들을 들으니, 그는 정말 말이 고팠나보다.
# 오늘 현장에 사람이 몰려 촬영이 지연됐다던데?
-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건 느끼지 못해요 오늘 깜짝 놀랬어요 여학교에 촬영하러 갔는데 학교 전체가
난리가 난거에요 저 때문에 그랬다는게 아니라 <궁>자체가 인기가 많으니까 시청률이 높다는건 들어
서 알고 있지만 계속 촬영만 하니까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오늘 알았어요
# 이 드라마 선택할땐 어땠나?
- 굉장히 고민됐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안한다고 했어요
# 어떤 면에서?
- 대본이 한 4회정도까지 나와 있었어요. 캐릭터가, 만화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굉장히 복잡해요
차라리 잘 웃거나, 화를 잘 내거나 하면 괜찮은데 너무 복잡해서 이걸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말 그대
로 생짜 신인인데 한 3일 정도 이것만 고민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를 해서 주연을
맡거나 맡아서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기는 확률이 0.01퍼센트래요 아, 지금 나한테 오는 이 기회를 목
숨 걸고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겠구나 지금 이걸 놓치면 또 언제 올지도 모르겠고 그런 생각이 마구
들면서 의욕이 생겼죠
#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떤가?
-처음엔 감독님이 저를 미워하시는 줄 알았어요. 나중엔 그게 아닌걸 알았지만
# 무섭다고 소문이 나있다
- 무섭다기보다 완벽주의자시라 연극 아카데미를 다녔지만, 모델은 느낌 같은걸 중요시하잖아요
그래서 입 밖으로 연습하는걸 되게 싫어했었어요 이건 화술연습밖에 안된다. 드라마를 "정말" 열심히
생각해서, 매일 밤 꿈꾸고 차 안에서 선잠자면서 대본을 외울 정도로 계속 드라마 생각만 했어요 그리
고 그게 진실하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감독님한테 만날(정말 이렇게 만날이라고 써있었음) 혼나고, 많
이 시달림을 당해서 왜 그럴까 캐스팅해놓고 보니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을 하시나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편집해놓은걸 보니까 알겠더라구요 뭐냐면 내 마음속에서 하는건 고급연기인데 그게
입밖으로 안나오는거죠 훈련이 부족해서..
그때부터 감독님 말을 되게 잘 들었어요 원래 잘 들었지만, 하하하 그렇게 호흡을 맞춰가다 보니까 언
제부터인가 감독님이 덜 혼내기 시작하셨어요
# 처음과 지금 어려운 것도 다를 텐데?
- 초반에 신이가 이 상황에서 왜 이 대사를 치는지 몰랐어요 왕자가 인사를 이렇게 뻣뻣하게 손을 흔
들래요 제가 볼땐 이건 아니거든요 21세기인데 지금은 좀 더 하다보니 그것이 이해가 돼요 요즘엔
"요렇게" 하고 싶은데 "요렇게" 마음대로 안되니까 힘든거죠
# 스스로 늘었다 싶은 건?
- 은혜씨랑 호흡 맞추는건 괜찮아진거 같아요 은혜씨가 워낙 잘 해줘서
# 방송이 두 달 정도 앞당겨졌다
- 전 좋았어요 왜냐하면 현장에서 많이 못 잡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트하게 가면 집중력이 팍 올라가
잖아요
잘하지도 못하는 놈이 시간이 많으니까 생각만 많은 거에요 그래서 그런건 사실 바랬어요 자신있게
작가 선생님께 말했어요 그렇게 되는게 오히려 기다려진다
# 사실 신이는 참 쉽지 않은 캐릭터다
- 제가 성격이 모아니면 도거든요 못하겠다, 못하겠다,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 하면 진짜 파는 스타일.
드라마 자체에서도 신이 캐릭터가 초반에 한 번 갈렸어요. 차가운 남자였다가 싸가지 없는 남자로 바
뀐거에요 차가운 남자 연기가 너~~무 힘들어요 싸가지 없는 남자는 화라도 내지. 차가운 남자는 화
도 안내, 절대!! 그런 부분에서 힘든 게 많았어요 그런데 워낙 저희가 오래 촬영을 한게 복인거 같아요
드라마 끝날때 쯤 되면 저희가 한 6개월 쯤 촬영하는 거거든요 감독님과도 이런 말을 했는데, 드라마
가 원래 3-4개월을 찍잖아요 숙련된 연기자가 아닌 사람이 하면 제가 해본 결과 감 잡을 만 하면 끝나
요 그리고 쉬는 기간 그러다 다른 작품 들어가면 또 그렇게 되는 거죠 처음 1-2주 사이에 찍은 걸 보
면 저 진짜 죽을 거 같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때보단 나아진 거 같으니까
# 나아졌다는 소리 많이 들린다
- 드라마가 만약 인기가 없었다면 그렇게 말씀해주셨을까. 군중 심리같은 것도 있는 거고 어차피 모
델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델을 3년 하면서 제 입으로 모델 이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왜냐
하면, 제가 목표로 했던 모델 이상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런 말 절대 안하거든
요. 창피해서. 여러분들이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죠.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을 했는데, 어느 정
도 보상을 받는 거니까. 분명히 대본을 읽고 받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올 때는 거의 70퍼
센트 이상 떨어져요 전 언제나 만족 할 수 없구요 계속 스트레스죠, 계속.
# 완벽한 완벽주의자?
- 하하핫! A형이잖아요 A형이 완벽주의자인데 자기가 관심이 없는 건 아예 손을 놔버려서 그렇게 안
보일 수 있어요
# 남에게 말 못하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겠다
- 전 말해요 굉장히 소심한 A형과 굉장히 개방적인 A형이 있는데 전 후자거든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A형인건 실수를 하거나 마음에 안 드는게 있으면 그건 계속 가슴에 남아요 아, 왜 그랬지 드라마 찍으
면서 계속 악몽을 꾸었고 지금도 한달 반째 가위 눌리고 있고 그래요
#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을 테고
- 없죠.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쁜 거 같진 않아요. 처음엔 받는 스트레스와 지금 받는 스트레스는 살
짝 다른게, 그땐 아무것도 못해서 정말 나쁜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재미를 느끼는데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괜찮은 거 같아요. 어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오늘 와서 잘 될
때도 있고 그러니까 재미있죠. 요새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굉장히 행복해요
#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나?
- 전 알았어요. 누구나 그렇겠죠. 전 제가 하는 일에는 무조건 확신을 갖고 하기 때문에, 왜냐하면 목
숨 걸거든요
# 어떤 일이든 마치면 허탈감이 심하겠다
- 원래 제 성격이 이중성이 있어요. 집 밖으로 잘 나가질 않아요. 한 2~3일에 한번씩 외출을 하거든
요. 아예 나가지 않아요. 아예 집에서 책 보거나 게임하거나 자거나 그래요.그것도 혼자. 그런데
나가면 제가 항상 리드를 해서 놀아요. 허무한 느낌 들죠. 그런데 그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일
좋아하는 날이 비오는 날이고. 그런 느낌 좋아요. 싸한 느낌. 사진도 꾹 눌러놓은 듯한
# 자기 표현이 서투른 신과는 전혀 다르다 (웃음)
- 아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가 신이한테 제 개인적인 성격을 살짝 넣은 거에요 제가 이렇게 살 닿는
걸 (ㅠ_ㅠ) 좋아해요. 저 아는 분들은 다 알겠지만, 남자 여자 구분이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다 이놈
저놈이에요 남자끼리라도 친구들이랑 손잡고 다니는걸 굉장히 좋아하고, 그래서 신이가 표현이 서투
른 놈인데 손도 덥석 잡아버리고 하는게 제 캐릭터를 살짝 넣은 거에요 그걸 감독님이 OK 하시면 들
어가는 건데, 그런걸 제가 모니터 하면 재미있죠
# 연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 이 일을 하려고 모델 일을 시작하진 않았어요. 너무 많이 사랑해서 했고, 지금도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연기자는 연기를 잘하면 되고 가수는 노래를 잘하면 되고 모델은 느낌을 잘 내면 되잖아요. 그
런데 어쩔 수 없이 모델은 한계가 있어요 남성잡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무조건 시크해야 되고, 각 나
와야 하고, 전 "이만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거에요 전 섹시한 프라다 수트를 입고 발랄하게
활짝 웃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그게 극은 허용이 되잖아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
죠. 물론 하려는 마음은 사실 그 전부터, 왜냐하면 경제적인 사정이나, 그런 여타의 것들로 인해, 하
하하, 당연히 있었죠. 전 요즘 이 일을 시작하는 18-19살의 청소년이 아니고 스물 다섯의 청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생각 많이 했었고.
# 요즘 영화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겠다. 다 확인은 못하겠지만
- 아니요. 제가 시나리오 다 읽어요. 요즘 이동하는 차 안에서 틈틈이 다 읽고 있어요 .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꽤나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중 한 두개 캐릭터 정도가 맘에 들어요 지금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하하핫~
# 어떤 역할이 당기는지?
- 항상 극이죠. 밝거나 어둡거나 슬프거나. 그런 게 애매모호한 것보다 재미있어요.
지금도 채경이랑 알콩달콩한 신을 찍으면 촬영 자체가 재미있어요.
그런데 드라마상 꼬이는 거 찍으면 그날 촬영을 하기가 싫어요.
저도 사람이니까 대본을 보면 짜증이 나거든요
# 사회생활하면서 운과 노력, 어떤 것이 더 작용했던 것 같나?
- 전 초반에 운이 굉장히 좋은데, 빡세요. 행운이지만,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
뭐나면 모델도 데뷔가 거든요. 잘하는 모델들을 쓰는 잡지인데, 그걸 계속 하고 싶은거에요
남자 모델의 끝이 컬렉션이고 남성지인데 그걸로 시작했으니까.
그 잘 하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거에요. 엄~청 고생을 했어요. 정~말 연습도 많이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고, 혼자 스트레스 받고 그랬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물론 그 전에 시트콤이나 "한뻠드라마" 같은 걸 한 적이 있지만, 사실상
이게 데뷔인거잖아요. 제가 잘 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드라마가 성공을 했고 요즘 시청
자나 관객들이 얼마나 고급스런 눈을 가지고 있는데요
엄청난 부담이죠 전 앞으로 힘들꺼에요 아마..그쵸?
# 딱 쿨한 신세대 연예인의 이미지다
- 몸은 야간 게을러서 그렇진 않은데, 정신적으로 약간 보헤미안이에요
가장 대표적인게, 제가 해외 촬영을 가서 만났던 외국 사람들, 한국 사람인데 외국에서 태어나서 지금
까지 살았던 사람들과 말이 잘 통했거든요 사랑도 그래요 이건 한국 사람이라기보다 동양권의 특징인
거 같은데, 동그라미 두개가 사람이면, 사랑을 하면 (손가락으로 만든 두 동그라미를 완전히 겹치며)
이걸 바라더라구요
남자든, 여자든 그런데 저의 생각에 이건 절대 아니거든요
(살짝 겹치며) 이거에요 분명히 교집합이 나오죠 그러니까 사랑을 했겠죠 이 여집합이 있잖아요 그건
개인 사생활로서 존중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그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전 그렇게 했었어요 한 3년 넘게...
<이 배우, 말없이 보고 싶다>
* 궁갤의 <좋으신군>님 타이핑 -
'★ 주지훈 > 주지훈·artic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사] 윤은혜의 '스타성'으로 읽는 궁 캐릭터 이야기- (0) | 2006.07.16 |
---|---|
[주지훈] 무비위크가 주목한 2005년 유망신인 - (0) | 2006.07.15 |
[주지훈] 2005년 12월 보그지 인터뷰 기사내용- (0) | 2006.07.15 |
[주지훈] 예전 기사 - 선물이야 , (0) | 2006.06.19 |
[주지훈] 예전 기사 - 게이들이 날 더 좋아하는 것 같다 ~ (0) | 200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