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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지훈/주지훈·drama

드라마 궁의 문학적 이해 4 -

 

 

노을과 첼로님의 글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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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다섯개의 음악을 넣어놓았는데
처음의 것만 자동 실행되니
두번째부터는 재생을 꾸욱 눌러주세요.^^

*사진은 완소 라팜팜님꺼
  정말 감사합니다.^^


난 당신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난 때로는 인생이라는 것이 힘들며,

우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님을 알았어요. 

 

 

 

 

 

 

 

혜자마마의  말씀이 전편을 후려치는 23회,

저도 그 인생을 부여잡고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그 아이들의 눈물에 제 가슴이 사무치도록 울고

그 아이들과의 이별이 너무 아파 울고

<궁>을 있게 해 주신 모든 분들이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네, 맞습니다.

궁은 완벽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스토리라인의 기승전결도 뒤죽박죽이고

극적인 리얼리티는 한없이 떨어지고

우연성에 의존하는 취약한 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3회를 보면서 든 생각은


완벽하다


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저를 보고 우긴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완소완벽이니

제 눈이 멀고 제 귀가 멀었다고 욕해도 할 수 없습니다.


기악곡의 형식 중에 론도라고 있는데..다 아시죠?

A ㅡ B ㅡ A ㅡ C ㅡ A 의 형식테마를 가진 구조..(학창시절 음악시간의 기억을 떠올려주셔용)

이 기악곡의 형식을 빌어 저의 맹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1. 채경의 테마 - 사랑의 인사 독주곡

>

제가 이미 시리즈1에서 말씀드린대로

21세기 효녀심청 버전으로 우리 앞에 다이나믹하게 등장했던 채경은

제1가족인 친정이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렸을 때

공양미 삼백석과 꽃다운 목숨을 바꿈으로써 풍전등화의 가족을 용감하게 구하고

소녀 영웅으로 우리를 환타지의 세계로 인도했었지요.


그리고 또 하나, 미운 오리 새끼로 좌충우돌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는 파이팅을 외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제가 초기에 쓴 글 중에 채경에 대해 설명한 글 중에


채경이 가진 빛의 에너지가

충분히 그를 치유시킬거란 본능적인 믿음이라고나 할까요..


부디 채경이 가진 순수한 빛이

그 모두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길 바랍니다.


이런 구절들이 많은 걸 보면 저도 어지간히  채경에게 반했던 모양입니다.


이 순수한 빛의 아이가

그 빛으로 상처입은 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아무런 계산도 없이, 어떠한 기대도 없이 덜컥 끌어안는 걸 보고

우리들 가슴이 철렁 내려앉도록 감동한 일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 빛은 어김없이 율에게도 가 닿아

체육복을 건네던 율의 얼굴이  상기될 정도로  그를 비추었잖아요. 

 

 


 

 

 

 

 

빛은 동시에 두 사람을 향했는데

그리고 동시에 두 사람은 반응하기 시작했는데


왜냐하면 신과 율 두 사람은 모두

내면에 상처를 간직한 아이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실의 아픔을 가진 아이들이기 때문이지요.


신은 자유의 상실을..

율은 존재의 상실을..


여기에서 잠깐 채경이 가지는 빛의 본질을 이야기해보면

빛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요


얼음을 녹이는 따스함으로서의 빛이 그 하나라면

어둠을 몰아내는 밝음으로서의 빛은 그 두번째가 됩니다.


신에게 닿은 채경의 빛은

얼음궁전에 갇힌 신을 따스하게 녹였고


율에게 닿은 채경의 빛은

미궁에서 헤매던 율을 밝은 길로 인도했지요.


이렇게 채경의 빛은 신과 율에게

닮은 듯 다르게, 다른 듯 닮은 모습으로

사랑의 인사를 건네게 됩니다.


2. 신의 테마 - 샤콘느 무반주 파르티타

 

 


비탈리 - 샤콘느 (사라 장)


 

  신이는 다섯살 이후로 
철저히 혼자였던 아이입니다.

처음엔 타의에 의해 늘 혼자여서 소통의 방법을 몰랐고

소통의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말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말을 밖으로 토해내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8회에서 신이 얼마나 힘겨워 하며


" 어..엄마 "  라고 했는지


23회가 되어서야 겨우 채경을 잃을지도 모르는 절박한 순간에야 비로소


" 옆에 있어 줘

  떠나지 마

  나..혼자 두지 마 " 

 

 

 

 

 

 

 

 

그렇게도 힘겹게 토해내는 그를 보며

십여년 만에 처음으로 타인과 소통한  그에게 눈물의 박수를 쳐주었답니다.


두 마음의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낸

저  진실된 몸짓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모두 아실 터이고

그 아름다움에 더해서 19금보다 더 완벽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로 우릴 몰고 간 것은

순전히 주지훈과 윤은혜 두 사람의 살신성인(!!!) 덕 인 듯 합니다.

(약간의 과유불급..열아홉의  애틋함은 안들호로 ...쩝..격하게 대해줘도 난리인게냐..ㅡㅡa) 

 

 

 

 

 

 

 

 

 

그가 얼마나 철저히 고립된 유년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냐 하면

채경이 석고대죄를 하고 있을 때

혼자 방 안에서 서성거리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방안에서만 어슬렁거릴 것이 아니라 채경에게 가 보아야 하지 않느냐고 성토하실 때

저는 거기에서 어린 신이의 모습을 보고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소통에 있어서는 아직도 다섯살 그대로인 바보 신이가 거기에 축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의 유년기는 아마도 늘 그랬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풍족했지만 따스한 사람의 온기가 부족했을 그 넓은 방에서

혼자 밥먹고 혼자 뒹굴고 혼자 책을 보고 (넘어가지도 않는 책장을 몇시간째로)

혼자 쓰러져 잠들었을 것입니다.

정에 굶주린 어린 것이 정 줄데라고는 알프레도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저는 알프레도가 신이의 분신인 것이 그 씬 하나로 절실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는 고독과 아주 지긋지긋하도록 친했을 것이고

어느정도 나이를 먹은 후에는 그 고독이란 놈과 한 판 붙어보자는 생각도 들었겠지요.


1) <파이 이야기>로 고독과 맞짱뜬 신


얀 마텔이라는 사람이 쓴 이 소설은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살던 파이가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한 모험 이야기이자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절망과 공포와 고독을 경험하고

마침내 육지에 다다랐을 때 어른이 되어 버린다는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한 ’관계’의 문제를 통해 모든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라고도 하는군요.


주인공 파이가 오랜 표류기간을 이겨내고 얻은 것 두가지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 삶에의 의지

그리고 밀쳐내야 할 것은 공포감이라는 것.


그가 이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위의 글로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도 파이처럼 역시 혼자서 이 고독이라는 괴물을 상대했을 거라는 생각에 흑흑..


파이는 구명보트에 무서운 벵골호랑이와 같이 있었지만

호랑이에게 잡혀먹힐 것이라는 무서움보다

혼자 있는 것에 대한 공포가 더 컸기 때문에

긴 표류기간 동안 호랑이와 동고동락했는데요

외로움이란..이렇게 생존본능조차 뛰어넘을만큼 무서운 것이더군요.


우리 인간들은 어쩌면 그토록 외로움을 겁내기에

서둘러 사랑에 빠지려는 것이 아닌지..


파이의 일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역시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신이를 저만 보았나요?


다른 이야기지만 신이의 사물함 책에조차 완소인 인뢰옵하 ^^

 

 

 

 

 

 

 

 

 

 

2) <체 게바라> 의 세계를 꿈꾸어보는 영화학도 이 신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학도 이신이 무지 매력적인데

들마 전개상 그 꿈을 펼칠 기회가 올 것인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시즌2에서조차도)


사물함에 놓인 체 게바라 평전은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책인데요

모..무장 혁명가로서의 그의 삶을 쫓는다기보다는

그가 꿈꾸었을 이상적인 민중의 삶을 한번은 고민해 본다는 의미겠지요.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억압하는 것에 근본적으로 저항하고자 했던 한 인간의 삶..

(다른 이야기지만 그 열풍이 상업주의에 의한 조장이라는 사실 ㅎㄷㄷㄷㄷ)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젊은 의학도였던 게바라의 라틴아메리카 여행기인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혹은 보고 나서 신이 읽은 책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된 여행이야기인 저 영화를 영화학도인 신이는 분명 보았을 것이고

새장 속의 새처럼  궁에 갇힌 자신을 비관하던 신에게

아마도 눈이 번쩍 뜨이는 간접경험의 세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풍선처럼 날고 싶었던 신이

채경이와 함께라면 다시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을

다시 간절히 원하게 되는 신이..


지후니가 좋아한다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낯선 세계로

먼지나는 길을 함께 달려도 좋을 아이, 그 이름 신채경.


그는 아직까지는 무반주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는 곡, 비탈리의 샤콘느처럼.

그 하나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3.다시 ’ 채경의 테마 - 꿈의  변주곡 

캐논변주곡 - 조지 윈스턴

 

 

 아직 자기가 백조인 줄 모르는 어린 채경은
황태자비로서의  자신을 삐리리라고 말하며 자신없어하고 
신의 옆자리에 과연 자신이 있을 수 있나에 대해서도  회의하게 됩니다.

늘 주는 것 이상으로 받아오던 가족끼리의 사랑은 궁에서 찾아볼 수 없고

숨쉴 수 있는 통로인 신은 애매모호한 안개에 휩싸여 형체가 불분명합니다.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는 상황에서

열아홉이라는 나이는

혜자마마의 말씀대로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나이입니다.

그것이 설혹 치명적이라 하더라도

깨닫는 것은 늘 한발 뒤인 것이 그 나이인 것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채경이도 아마 우리 나이쯤 되면

저 시를 읽으며 가슴이 싸아할 때가 있겠지요.

인생이란 그런 것..


1) <갈매기의 꿈> 으로 갈등하는 채경


나의 발은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두려울 뿐이다

하늘을 날기가 두려울 뿐이다

이 땅에서의 삶이 익숙해져서

하늘은 이미 낯선 곳이 되었다

하지만 나에겐 날개가 있지 않은가

갈매기의 꿈이 있지 않은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그림 그리는 이가 하나 있는데

오래된 폐교를 빌려 몇몇 동료들과 함께  작업실을 만들어 쓰고 있어요.

어제 볼 일이 있어 그 쪽으로 갔다가 잠깐 그 폐교에 들렀는데요

운동장의 오래된 플라타너스에도 제법 물기가 오르는 것이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그래도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는가 봐요.



돌보는 이 없는 쓸쓸한 운동장의  녹슨 그네 옆으로

이름모를 풀꽃들이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걸 무심히 보고 있는데

커피 두잔을 들고 천천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모습이 얼마나 여유로워 보이던지..



-여기 안 불편해?

-글쎄..이젤을 세워 놓는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그래..만약에 말이야, 니가 아주 부잣집 왕자님과 결혼해서 살다가  붓을 들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할래?

-미쳤냐? 부잣집 왕자님이 나랑 결혼하게..

-그니까 만약이라고 했잖아.

-결혼은 쥐약이지..

-그 왕자님을 엄청 사랑해도?

-너 지금 신파쓰냐?

-대답해 봐. 그럴 수도 있지 않겠어?

-글쎄..내가 지금 그림이라고 그리는게 과연 예술 축에나 낄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서 될 것 같진 않아

-결혼하면 적당히 하게 된다는 말이야?

-아마도..나누어야 하니까.. 시간이든, 공간이든, 말이든, 생각이든..

-넌 그걸 왜 나눈다고 생각해? 공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랑이 무슨.. 개뿔 공유 좋아하시네..사랑은 지독한 이기심이야..빈 자리를 주지 않아.


친구가 하는 말에 일견 수긍하면서도 끝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던 것은

저란 인간이 원래 사랑,·´″`°³оΟ♡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철딱서니없는 로맨티스트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방정식의 해답은 꼭 하나이지만은 않다는 것도 이젠 알 것같기 때문입니다.


어쨌든,이런저런 시덥잖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마시는 커피

인도네시아 만델린향..이 죽여줬다는 자랑질과 함께

결혼한 유부녀이자 황태자비인 채경과 그 아이의 꿈을 생각해 봅니다. 

 

 

 

 

 

 

 

 

사실 조나단 리빙스턴이라는 이 철학적 갈매기가 던지는 꿈의 메시지는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에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읽은 것은 담쌤이지만 사실 저 시는 채경의 독백과 동일합니다.

일인칭 주인공의 독백..백프로 이해되면서

채경의 방황과 갈등을 납득시키는  좋은 소재이지요.

이 갈등이 나와주어야만  채경의 벗어남, 즉 이혼이라는 이야기가 탄력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조금 다른 각도인데요


제 친구가 이야기한 것은

사랑이라는 이기심과

꿈, 그것도 예술가로 산다는 것의 우아한 바리에이션(변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채경의 꿈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결혼과 꿈을 병행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인데

황태자비로 살면서 디자이너의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는

판타지에서도 이루기 힘든 꿈일테지요.

비운 다음에야 채울 수 있는 것이 예술일 터..


저는 그것이 문득 애달팠습니다.

저의 현실과 결부되어 더더욱..


채경은 어떻게 사랑과 꿈의 변주를 연주할까요?

시즌2의 숙제겠지요.


2) <시이저>의 고민에 빠진 채경

 

 

 

 

 

이 사진에서 채경이 손을 얹고 있는 흉상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시이저 인데요

시이저 하면 또 생각나는 한 사람, 브루투스가 있지요.

배신자의 대명사 브루투스..


비너스와 미켈란젤로, 예술의 주제인 미와  균형을 앞에 두고

시이저 옆에서 고민하는 채경의 뒷모습을 보며

시이저를 배신하는 브루투스를 연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 브루투스 너마저도!! "


카이사르가 암살당하며 남긴 저 말은

이혼발언 후 신이 채경에게 한 말


" 내 마음을 배신한 건 내가 아니라 너란 걸 똑똑히 기억해 둬!! "


바로 그 말이었죠.


참으로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드라마 <궁>입니다. ^^


4. 율의 테마 - 뿌리로서의 존재

슈베르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로스트로포비치)
 


1) <나무/즐거운 전화>의 성정을 가진 아이


23회에서 쏟아지는 율의 눈물을 보며

저 역시 1~22회 동안 그를 위해 쏟은 눈물의 100배도 넘는 눈물을 그를 위해 흘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율은

비록 추방당함으로써 그 존재의 뿌리가 흔들리긴 했으나

원래의 성정은 지극히 자연친화적이고 지구의 중심을 향하는 내적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님께도 이야기드렸지만


저 단정한 거리를 두고도 꽃 피우고 열매 맺는 나무들의 사랑 (나무/즐거운 전화-정일근님)


그것이 채경을 향한 그의 사랑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기다림이 숙명인 나무의 사랑은

바람이 그에게로 불어 올때 (전화를 걸어올때)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는 채경의 마음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린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나무의 성정을 가진 그가

기다림을 멈추고 날것을 취하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가 필시 가슴이 뒤틀리도록 아플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파서 그 뿌리가 말라버릴 가능성이 아주 많을 것이라  무척 염려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그는 아직 젊은 나무

맑은 눈물이 방울방울 땅에 떨어질때

그의 뿌리는 그 작은 습기를 희망삼아 힘차게 뻗어나갈 거라는 걸 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23회 신채의 러브서비스보다 오히려 한차원 높게

그의 눈물을 보고 열광하며 울었던 것입니다.


저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았던 율이

제가 어찌 완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시즌2에 반드시 율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고

저 늘푸른 나무로 훌쩍 큰 그가

얼마나 깊고도 멋진 사랑을 할지

생각 만으로도 제 가슴이 다 설레는 사람입니다.


율은 확실히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실외에서 참 많이 빛나는 사람이란 걸

바람에 흩날리는 그의 머리칼을 보고 느꼈습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백충화를 추궁하던 율의 모습이

1~23회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매력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바람에  날리던 그의 머릿결

쓸쓸한 듯 슬픈 듯한 그의 얼굴이

제 눈 속에 오래오래 머물렀습니다. 

5. 다시 채경의 테마 - 가족(화해의 사중주)

하이든 현악 사중주 종달새


제4악장 - 피날레 비바체 D장조 2/4박자

23회를 지나면서 다시 초반의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되돌아 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7회에선가 계란세례를 받고 상처받은 신의 뒷모습을 끌어안으며 채경이 했던 말

" 미안해. 정말 미안해."

라는 말은 다시 방화범으로 몰린 신의 상처받은 뒷모습을 끌어안으면서 재현되고

 

 

 

 

 

 

 

내가 선택한 길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며  집을 나서던 2회의 채경처럼
23회에서 다시 해외로 나가며 채경이 말합니다.

"내가 선택했어."

결국 채경은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빠지는 것처럼
새로운 가족으로 가슴에 품은 진퇴양난의 황실을 위해  기꺼이 해외로 나가기를 선택함으로써
21세기 효녀 심청 버전을 완성하게 되고

또 하나, 제주도 리조트에서 그토록이나 채경을 구박하던 인,경,환의 입에서

 

 

 

 

 

 

 

"알고 보니 미운 오리는 백조였더라."

라는 커밍아웃을 끌어냄으로써
미운 아기 오리에서 백조인 비궁마마로 완성되어가는 채경의 의연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한회를 앞두고 너무 몰아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래도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정교하게 다시 초반으로 돌아오는 이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궁빠인 저를 발견하게 되었지요 ^^

또한 그토록 속내를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던 신의 입에서

"보..고..싶..어..서.."

 

 

 

 

 

 

 

라는 솔직한 고백으로 인도한 채경의 노력을 보며
두 사람이 소통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움과 애달픔의 긴 여정이 
이제서야 끝나는 안도감에 눈시울이 확 붉어졌지요.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조차 털어낼 수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소통을 이루어 낸 젊은 그대들의 아름다운 사중주에
저는 진작부터 박수를 준비해오고 있었답니다.

"짝짝짝짝.."

그들과 함께 웃고 울며 달려온 몇개월동안
진정 아름다웠던 모든 마클님들을 위해서도..

이제 남은 마지막회,
저의 벅찬 사랑을 모두에게 전합니다.

"사랑하신..
 사랑하으네..
 사랑해율..
 사랑해효.."

인생은 론도처럼
가족에서 시작해서
새로운 미래를 한발 내딛고
다시 처음의 꿈으로 돌아오다가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면서
결국 다시 처음의 근원으로 돌아오게 되는

그런 것인가 봅니다.

그 인생을 관통하는 맑은 눈물 한자락..

 

 

 

 

 

 

 

 

울어요.

마음껏 울어요.

나도 같이 그대들 위해 울어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