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실 무뚝뚝하고 차가운 면이 있어요. 연기니까, 착하게 보이는 거죠. 귀여운 척 연기를 하긴 하는데, 지나고 나면 닭살이예요. 말수 없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친한척도 못하는 제가 연기자가 된게 신기할 정도죠."
최근 개봉한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특유의 감성 연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강동원(23). 착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게다가 눈물 많은 연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해낸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강동원을 팬카페 회원수 1위(32만 명 돌파)로 끌어올렸다. 그전까지는 배우 권상우가 선두였다.
강동원의 매력은 모성본능을 자극한다는 점에 있다. 기자가 영화 ‘늑대의 유혹’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들렀을 때, 그 점은 선명하게 파악됐다. 기자 곁에 앉았던 한 여성 팬은 영화보다는 강동원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영화 속에서 그가 한번 미소 지으면 ‘깔깔’ 웃고, 눈물을 보일라치면 이미 눈물이 흥건했다.
팬들이 뽑은 영화 ‘늑대의 유혹’의 최고 장면 하나는 강동원이 비 오는 거리에서 한 여고생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면서 “누나! 나 잊지 마세요” 하던 그 모습이다. 그 장면에 정신이 혼미해진 ‘누나 팬’은 당분간은 절대로 배우 강동원을 잊지 못할 것이고, 그는 그런 인기가 신기한 듯 웃음을 띠며 말했다.
“부산에서 영화 ‘늑대의 유혹’ 홍보를 위해 무대 인사를 하러 이동하는데 엉덩이를 더듬는 극성 팬까지 있더군요. 그때 인기를 실감했죠(웃음). 도대체 나를 왜 좋아할까,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들죠. 그런데 인기를 너무 따지면 팬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아마 이런 모습에 반했을 거야’ 하면 자만이겠죠. 인기는 한때니까, 그런 생각은 그만 하기로 했어요.”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강동원은 지난 2000년 서울 압구정동 길거리에서 연예계에 ‘픽업’ 됐다. 이후 내로라 하는 모델들의 합숙소인 ‘더맨’(맨모델)에 합류, CF 모델로 주가를 올렸다.
드라마 데뷔작은 2003년 MBC ‘위풍당당 그녀’. 같은 해 드라마 한 편(MBC ‘1%의 어떤 것’)을 추가하고, 영화로는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2편에 출연했다. 그동안 강동원은 연기에 대해 무엇을 배웠을까.
“ ‘위풍당당 그녀’를 하는 동안에는 진심으로 연기하면 시청자들도 느낀다는 것을 배웠고, ‘1%의 어떤 것’을 할 때는 사투리 극복에 힘을 쏟았어요. 영화 ‘늑대의 유혹’을 통해서는 감정 잡는 테크닉을 알았구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는 처음으로 연기를 즐겼다고 할까요.”
연기자 강동원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김하늘과 능청스런 연기 호흡을 맞춘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였다. 사기꾼(김하늘)과 사랑에 빠진 순진한 시골 출신 의사가 바로 그였다. 그 작품을 통해 그가 얻어낸 평가는 뭘 해도 귀엽고 착하다는 것.
“저 사실 무뚝뚝하고 차가운 면이 있어요. 연기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죠. 귀여운 척 연기를 하긴 하는데, 지나고 나면 닭살이에요(웃음). 말수 없고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친한 척도 못하는 제가 연기자가 된 게 신기할 정도죠. 연기자로서 가진 게 별로 없어요. 감수성, 섬세함 같은 것도 떨어지고 대사 처리도 미흡하고. 그래서 되게 노력 중이에요.”
경상도 출신인 그가 가장 고생했던 부분은 바로 표준어 쓰기. 요즘 강동원의 발음은 표준말에 가깝지만, 억양 등은 사투리에 더 가깝다.
“어설프게 표준어 쓸 때는 고향 친구들에게 욕을 먹었는데, 요즘은 친구들이 잘 하라며 응원해줘요. 그래도 서울말 참 어려워요. 진짜 서울 토박이들과 이야기를 하면, 밀고 당기는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뭐, 송강호 선배는 사투리를 그렇게 많이 써도 인기 스타잖아요(웃음).”
강동원은 연예계 데뷔 초반만 해도 말수 적기로 유명했다. 어떤 질문이건 배시시 웃으며 단답형으로 답해 기자들이 애를 먹었다. 강동원은 요즘 자기가 너무 말이 늘었고, 그렇게 한 남자는 변신 중이라며 밝게 웃었다.
신드롬을 일으켰던 ‘파리의 연인’ 후속작인 드라마 ‘매직’은 지방을 돌아다니며 공연하는 마술단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주인공을 맡은 강동원은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사는 차갑고 무뚝뚝한 남자 차광재로 나선다.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는 첫사랑을 버리고 야망을 찾아 다른 여자를 선택하는 역할. 강동원이 기존의 착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분기점이 될 작품이다.
“아픔이 있고 그래서 건조하지만, 낭만적인 면을 간직한 복합적인 캐릭터예요. 그게 참 매력 있어요. 저와 닮은 구석이 있구요. 예를 들면, 질질 끌기 싫어서 딱 잘라버리는 말투 같은 것!”
사실 강동원의 착한 이미지는 제작진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홍창욱 담당 PD는 “처음에는 그런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초반 촬영을 마친 지금 강동원의 다른 모습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PD는 강동원이 착하면서 차가운 양면적인 얼굴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극중 캐릭터는 여자에게 상처를 주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라고 전했다.
“여자를 버리는 역할이지만 ‘넌 필요 없어’ 이런 게 아니라, 아파하면서 버리기 때문에 ‘나쁜 놈’은 결코 아니에요(웃음).”
혹시 전작들의 강동원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이 이번 드라마를 보고 어색해서 외면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강동원은 느긋했다.
“저 아직도 연기 수업을 받는 신인이에요. 게다가 성격이 느긋해서 멀리 내다보고 하거든요. 시간이 흐르고, 작품수가 쌓이면 누군가는, 언젠가는 알아줄 텐데요, 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면 마음가짐을 바꾸는 연습부터 한다는 강동원. 그는 ‘청춘의 덫’에서 악랄한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종원, ‘태양은 가득히’에서 야누스적 매력을 드러낸 알랭 들롱을 닮고 싶다고 했다.
최근 강동원은 모델 출신 여자친구가 있다고 공개해 유명세를 치렀다. 그 여자친구에게 강동원이 먼저 반했고, 당초 그의 이상형이 참한 여자였는데 그녀는 밝고 쿨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자친구의 근황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주세요. 공인이 아니므로 사생활을 보호해주고 싶거든요.”
그는 이상형에 대해 “조용한 여자는 현모양처형이라 맞고, 밝은 성격은 나의 무뚝뚝함을 즐겁게 해준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학창 시절을 그는 축구공과 함께 지냈다. 중학교까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에 열광했던 소년이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정식 축구 선수가 됐다. 요즘도 축구 등 운동을 할 때 ‘살맛이 난다’는 그는 어찌 보면 미완의 축구 선수이다.
“지금은 축구 선수가 될걸 하는 그런 후회는 없어요. 다만 어렸을 때부터 정식으로 축구를 배웠다면 미래가 어떻게 됐을까는 궁금하죠. 솔직히 동료 선수들에 비해 체력이 약하고 기술도 부족했지만, 그래도 스피드는 바람 같았죠(웃음).”
사춘기 시절의 반항, 그것도 축구와 관련이 있다.
“부모님은 공부를 하라는데, 나는 ‘싫어, 나 축구할 거야’라며 대들었죠. 부모님께 반항한 것,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강동원이 동심의 세계로 돌아서는 또 하나의 취미는 RC카(무선 조종 자동차) 조립하기. 어린 시절, 어머니가 ‘침대와 RC카’ 중 하나를 선물로 선택하라고 했을 때, 강동원은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을 정도. 그래서 그의 방에는 아직까지 침대가 없다.
“RC카를 조립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몇 달씩 모아야 한 대를 살 만큼 비싼 장난감이거든요. 한 대에 100만원 정도 해요. 지금은 돈을 버니까, 다시 시작하게 된 거죠.”
문득 바쁜 스케줄을 피해 여유를 갖고 싶을 때,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여유가 있으면 대본을 보죠. 그게 마음이 편해요. 그러다 게임을 한 판 하고, 배고프면 간식거리를 먹죠. 그 이후에, 음, 다시 대본을 봐요(웃음).”
인터뷰를 마치면서 강동원은 절대 화낼 일이 없을 거라는, 화가 나도 웃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 있는 마스크와 결합한 귀여운 순둥이 이미지는 그를 스타로 만든 제1요인이기도 했다.
“아니에요. 일처리를 똑바로 못하는 사람, 그러니까 두 번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 앞에서는 불같이 화를 내요(예를 들면?). 음, 코디네이터 동생에게 ‘나 이 옷 싫어’ 했는데, 다음 번에 같은 옷 가져왔을 때요. 그러면 ‘내가 이 옷 싫다고 했지’ 하고 소리지르죠(웃음).”
강동원이 싫어하는 옷 컬러는 푸른색 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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